그의 옛 연인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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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집 <밀회>를 읽고 난 후 조지클라우센의 '전등옆에서 책 읽기' 그림이 떠올랐는데, <그의 옛 연인>을 읽으면서는 호퍼의 그림 몇 점이 떠올랐다. 상상으로 이해되던 그림을 텍스트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무튼..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가장 강렬했던 이야기는 '재봉사의 아이' 와 '방' 그리고 '아일랜드의 남자들'과 '올리브힐에서' 였다.앞서 읽은 두 편이.이 소설 전체의 이야기를 내내 관통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본능' 교통사고를 낸 것이 분명한데, 남자는 차를 세우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기보다, 두려움이란 본능이 그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능'이 그를 우선했기 때문일거란 생각은 '재봉사의 아이'를 읽으면서 미처 하지 못했다. 왜 외면했을까,단순히 두려워서? 그런데 카할 만큼 섬뜩한 아이의 엄마가 등장한다. 그덕분에 나는 카할이 느꼈을 두려움이 그를 잠식해버린 걸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던 것 같다. 다음 이야기 '방'에서 어김없이 등장한 두려움에 대한 감정이..이끄는 끝에 '본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이유를 말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당혹감과 혼란이 시킨 것처럼 나중에는 본능이 시켜서 그런 거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 53쪽 자신의 남편이 범인인지, 아닌지를 의심할 수가 없다. 그녀는 그냥 두려웠다. 본능이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다. '진실' 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정작 진실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시시때때로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진실과 마주할 용기를 갖지 못하기 때문인데, 윌리엄 트레버선생은,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담담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위로를 받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던 건 자신의 죄를 두려움이란 본능이 잠식해서 온전히 진실과 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 보다, 타인의 죄를 겪지 않은 신부님이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또 그래서 여전히 버겁게 균형의 추를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그 부끄러움을 온전히 껴앉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가볍지 않지만 '소설 읽는 맛'을 오롯이 느낄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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