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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지인에게서 종종 윌리엄 트레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읽어야지 생각은 했는데, 막상 이야기했던 책들은 자신 없어 단편집을 구입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시간만 흘려 보내고 있었다는 뜻이다. 최근 에밀졸라의 <사랑의 한 페이지>를 읽다가 '밀회'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를 읽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일까 생각했다. 놀랍게도 두 책의 표지가 닮은 것도 신기했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하다가, 표지 느낌이 달라서 <밀회>를 읽으면서 표지의 이미지가 닮은 지점을 찾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졸라선생의 작품 표지도 그랬으니까...
"(...) 자신의 죄로 결국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려야 했던 여자 때문에 아내가 있는 한 남자 때문에 울었다.이제 학생도 연인도 방문하지 않을 집에 남겨진 모두스비벤디 때문에 부버리 씨를 배신하기에 충분했던 언뜻 본 비밀 때문에 울었다.관계가 지루해지면 바람을 피울 친구와 사고를 잘 치는 친구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로맨틱한 친구 세상을 불신하는 친구 때문에 울었다.어머니의 사람 좋은 웃음과 아버지의 쾌활함과 자기 역활을 찾아낸 제이슨의 부서지기 쉬운 겉모습 때문에 울었다. 자기 앞에 펼쳐진 창창한 시간 언뜻 보게 될 다른 비밀과 배신들 때문에 울었다"/200쪽 '로즈울다'
소설집이었다. 심지어 '밀회'는 목차에서도 한참 뒤에 있었다. 마음 같아선 '밀회' 부터 읽어야겠지만 차례차례 읽었다. 덕분에 서로 다른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 한켠에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있다는 사실. 결핍이라 말할수도 있겠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냥 결핍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삶은 예측불허다. 생각한대로 결코 흘러가지 않는다.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질문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을 살아갈것. 그런데 나이 어린 로즈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앞날이 두렵다. 산전순전 겪은 이들은 지금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라일스처럼.

"(...) 그녀는 사랑의 까다로운 특성을 잘 알았다. 사랑은 거의 언제나 잘못된 대상을 향했다"/269쪽 '밀회' 부분
책 읽기가 마무리 되어 갈 즈음 자연스럽게 조지클라우센의 '전등옆에서 책 읽기' 그림이 떠올랐다. 윌리엄 트레버 소설의 느낌이 딱 저런 느낌이었던 거다. <밀회>를 읽기 전 단순히 책 읽는 그림으로만 각인되었던..그런데 어떤 책을 저렇게 몰입해서 읽을까.. 정도의 궁금함이었는데,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 속 이야기가 저와 같은 느낌이었다.고독하고 쓸쓸하지만, 마냥 외롭기만 한 것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