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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5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결단코 변할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는 변할 수 없는 걸까?
내가 살고 있는 자그마한 나라에서도 서로 생각이 달라 싸운다.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를 넘어선다. 나도 그 속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니 남의 나라에서 인종문제, 종교문제로 싸우는 문제에 놀랄일도 아닐텐데,흡인력 있는 작가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크리스마스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제목에 대한 끌림이 있었다. '죄'라는 단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 큰 이유가 되었을 터. 종교는 없지만, 한 해 동안 내가 잘못한 것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있어.공적인 얼굴, 사적인 얼굴 그리고 우리의 진정한 얼굴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똑같은 인간에게 사진에서 보이는 짓거리들을 감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나면 아무것도 없어. 전부 껍데기에 불과한 거야.그래서 그 공백을 환상으로 채우는 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역겹다고 할 만한 욕망으로 가득한 환상.(...)"/217쪽~218쪽
학교에서 일어난 총격사건. 백인선생을 쏜 흑인학생. 그런데 대치하는 중에 라트렐도 죽고만다. 경찰은 정당방위였다고 말하지만, 흑인시민사회에서는 과잉방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라트렐을 죽인 경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그가 왜 백인선생을 쏘게 되었는가로 흘러간다. 모두가 우러러 보는 훌륭한 선생님의 실체가 들어난다.파도파도 넘쳐나는 사건들. 다크한 이야기인데,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타이터스처럼 외면하고 싶은 순간,장면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는 어느 한쪽만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균형' 잡기. 어느 때보다 필요한 화두가 아닌가 싶다. 백인이라고 모두 백인우월주의를 지향하지 않듯,라트렐같은 학생이 모두 피해자로 보는 것도 위험하다는 뜻이다. 해서 읽는 내내 주제의 무거움과 흡인력의 놀라움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결말조차 개운한 해피앤딩이었다고 말할수 없는데.. 만약 해피앤딩으로 끝났다면, 앞서 진행된 이야기 모두가 허구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타이터스가 살아 남은 것에 안도를 했다.비록 보안관이란 옷을 벗었야 했지만,지금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문제에 대해 더 심오하게 공부를 하게 될 거라 믿고 싶다. 그가 어릴적 지닌 트라우마 관련 부분은 작위적이란 인상을 받았지만, 그 역시 '죄'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의든 타의였든...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죄를 지은 사람들이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피를 흘릴수 밖에 없는 운명인데..이 명제를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부정하는 순간 혐오의 대열로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응징을 받았다. 그래서 또 개운하지 않은 지점도 남았지만.... 지금으로싸는 그게 최선은 아닐까..여전히 악독한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는 건 불편하지만..그럴수록 명심해야 할 말은,그들과 나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말아야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란 사실(요즘은 이런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ㅠㅠ) 에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덜 피를 흘리며 살아갈텐데..나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가는 수밖에
"어디 출신이든 어디에 살고 있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다 똑같아.질투하고 미워하고 비비 꼬이거나 역겨워하지, 훔치기도 하고 거짓말도 해.훔친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남편이나 아내 혹은 아들 딸들을 탐하지.주일마다 교회에 가서 형제애를 외치며 하나님 안에 살고 있다고 맹세하지만 교회 밖으로 나오자마자 당신이나 내게 게으른 깜둥이 새끼들이라고 욕하고(...) '저들은 죄인들이야,저들은 괴물들이야,우리는 아니여.카론은 달라' 라고"/2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