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과 공터 문학과지성 시인선 624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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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작약과 공터>를 빌려왔다. 손이 자연스럽게 넘겨진 페이지는 앞서 대출했던, 혹은 더 앞서 대출한 이가 인상깊게 읽은 곳을 표시해 놓은 지점이었다.


가끔/ 눈물이 흐르고/ 그 눈물이 웅덩이를 만들지만//

웅덩이를 피해/늘 그랬다는 듯/ 스탭을 밟는 게 생이다//

눈물을 흘렸지만/다시 스탭을 밟는 것//

눈물을 기억하지만/눈물에 말을 담그지 않는 것/ 그게 생이다//

내일 또/눈물이 흐르고/그 눈물도 고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운 스텝으로/눈물 사이로 지나쳐 가는 것/ 사는 일이다//

절반은 눈물 절반은 스텝 // '스텝'


조금 건조(?)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시의 내용은 읽는 이들 저마다 공감할 지점이었다. 슬플때 화장한다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누군가는 춤을 출수도 있겠구나..생각하다가, 슬픔을 잘 견뎌내는 방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슬픔 한 가운데 있는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겠지만, 눈물에 리듬을 담아 사뿐히 사뿐히..빠져 나오고.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눈물에 스텝이란 이름을 더하니깐,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거란 생각.. '스텝'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앞서 읽은 이용자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 보면 유쾌한 순간보다 불쾌감을 느낄때가 더 많았는데... 뭔가 함께 읽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작약과 공터>를 읽고 싶었던 건 순전히 '작약'과 '공터' 때문이었다. 말장난 같지만.. 작약을 좋아하는 지인의 마음을 엿보게 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보여지는 작약 화려함 너머의 알 수 없는, 아니 이제는 조금 알것도 같은 상상이 되어지는 세계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잔인함과 슬픔) 그래서 낭만은 무너졌고, 쓸쓸함과 오롯이 마주한 기분이었다.  '스텝'을 읽고 시작한 덕분인지..아니면 '스텝'이 '작약과 공터'의 에필로그 역활을 해 준 것이었는지.... 읽는 시들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혀지는 시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텝'이 가장 경쾌(?)하게 읽혀지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풍경과 호수>를 읽으면서..다짐했다. 풍경 속에 박제 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조금은 애쓰며 사는 척이라도 해야겠다고.


사실 기쁨이라는 게 케이크 꽂는/가느다란 양초보다도 짧고/잘 살라고 만들어 준 오늘을 우리는/ 여전히 잘 못 살고// '풍경과 호수 '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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