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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갈까마귀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죽었는데, 애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건 (어쨌든) 슬픈일이다. 하물며, 살릴수도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을 지도 모를 그 순간 조차, 그것이 신이 그에게 행하는 심판이라 구원하지 않는다면,그럼에도 도적적으로 죄를 짓게 되는 걸까? 나쁜짓 많이 하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특히 전쟁을 벌이고 있는 높으신 분들을 볼때마다. 무신론자인 입장에서도 신에게 간절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무고한 이들이 죽어야 하는 가 라고. 반대로 전쟁을 벌인 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허덕인다면,도와야 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아무도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
폭력을 행하는 이들은 폭력에 위해 죽기 마련입니다. 그게 공정하지요" / 285쪽
신부님이 살해당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살해당하지 않았다. 자기 분에 못이게 실수로 죽게 되었을 확률이 높다.적어도 공식적으로 드러난 진실은 그렇다. 다만 그를 구할 수도 있었을 목격자가 있었는데, 묵인했을 뿐이다. 신부님에게 도움을 주지 않은 그에게 주어질 죄목은 법적으로 없을 뿐 만 아니라, 신부가 신도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그도 똑같이 당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시선이다. 전쟁을 벌인 자들에게 맞서 싸우는 것이 옳은지,최선의 방어를 하며 기다리는 것이 옳은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최근에 보았던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그저 사고였을 뿐)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여전히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물론, 자신들의 가족들의 안위를 끔찍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이 모든 사단은 전쟁 때문일까, 저마다 가진 신념과 규율에서 비롯된 일이였을까... 융통성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던 신부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건 신을 통한 자비가 아니라, 규율이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에일노스 신부를 죽게 한 건, 그가 지닌 '칼날 같은 정의' 였다. 신념이 그를 죽게 만들었다.
"(...)손바닥만큼의 땅도 한 푼의 돈도 그는 빼앗지 않았다. 칼날 같은 정의만이 그의 잣대였다"/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