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을 지인에게 선물해 주고 나서 웬만해선...도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아주아주 짧은 소설이란 주제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작가마다 호불호야 있겠지만, 이 시리즈 챙겨볼 생각이다.목차를 살피다가 '제사'(전야)가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마침 허수경시인의 <오늘의 착각>에서 '제사'에 관한 단상을 읽은 터라 그랬다.
제사는 죽은 자가 산 자를 방문하는 것을 가정 혹은 착각하려는 예의를 갖춘 시간이다. 준비된 착각의 시간,이것이 제사이다/60쪽 <오늘의 착각> 중에서
시인을 통해 들은 '제사'는 앞으로 제사 문화가 좀 달라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면, 아주 짧은 이기호작가의 '제사'는 웃음짓게 했다. 제사문화가 여전히 행복한 집들도 있겠지만, 한 번쯤 제삿날 일어났을 법한 풍경 아닌가 싶어서...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제사를 지낼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자식들 고생시키는 건 싫지만, 내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도 섭섭한... 어릴적 복작복작 지내던 제사문화가, 이제는 성묘로 대체 되었는데..그러면서 좋아진 점은.소풍 가는 기분으로 성묘를 하게 되었다는 거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아주 짧은 소설이었지만 '제사' 라는 주제는 결코 가벼이 생각할 주제가 아니다 보니..말이 길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사소한 말다툼이 차츰차츰 커지기 시작해 "자네들 아버지 돌아가시고 시골 땅 처분한 거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98쪽
"내일이 할아버지 제사니까, 할머니가 그때 죽는다고 했거든요. 그래야 제사도 한번에 지낼 수 있다고. 자식들 두 번 걸음 안 시킨다고" 나는 할머니가 내게 말한 것을 그대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모두에게 말했습니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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