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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ㅣ 하영 연대기 2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친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하영은 실제 있었던 일에 상상을 더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진실과 거짓을 씨실과 날실로 삼아 자신의 과거를 다시 짜나갔다. 역활극을 반복할수록 엉성하던 이음새는 정교하게 번했다. 어떤 게 현실인지 어느 부분이 꾸민 것인지 하영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33쪽
'하영 연대기' 의 주제는 누가 범인인가에 있지 않다. 적어도 독자는 그렇게 느꼈다. 누가 범인인지 보다, 사건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접근이 더 크게 보였다고 봐야 겠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답답했던 것 같다.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건들이라서..소설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 거다. 요즘은 그래서 용형도, 그알도 잘 챙겨 보지 못하고 있다. 속에서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화를 참기가 버거워서...<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를 읽으면서 제일 당혹스러웠던 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봐야 할 심리연구가들도 정작 사람 마음을 알아 내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 중심엔, 일단 자신의 마음을 컨트롤 할 힘의 부재, 혹은 또다른 트라우마를 지녔기 때문일까.. 무튼 그럼에도 그들이 있어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갈테지만...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하영을 온전히 선영과 희주는 이해하고 있었을까.. 거짓의 마음을 진실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영은 선경과 희주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예전 지인의 딸이 역활극을 완강히 거부하려 했던 마음이 이제 조금 비로소 이해되었다.
"선경은 두 눈을 감고 생각했다.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다. 발목이 쑥 들어갈 때도 의식하지 못했다. 이제 허리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된 뒤에야 늪에 빠진 걸 알게 되었다.(....)"/332쪽
'비밀'은 어렵지 않게 보인다. 그동안 용형,꼬꼬무, 그알과 같은 프로들을 너무도 많이 시청한 탓에, 소설 속 이야기는 내게 텍스트로 한 번 정리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했고,결국 그 불편함의 이유도 알았다. 늪에 빠지기 전까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알아내기란 어렵다는 걸.. 그래서 다시 도돌이표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자면, 지금보다 더 많이 아니 더 세세하게 범죄심리를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