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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 ㅣ 안전가옥 쇼-트 33
오유경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과 표지의 강렬함에 끌려 읽게 되었다. 그리고 '괴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를 생각했다. 사람이 문어가 될 수는 없지만... 괴담과 만나게 되면 등골 오싹해지는 무언가와 만날수..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드러내놓고 공포스러운 장면은 없다. 심지어 사람이 문어가 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읽는 순간순간 등골 오싹해 지는 장면과 마주했다.
"사람 눈을 멀게 하라구요?"
"아니 완전히 멀게는 말고." /124쪽
서천댁과 일호가 벌이는 욕망(?)은 얼마나 무서운지.. (물론 서천댁의 욕망과 일호의 욕망은 결이 다를수 있다..) 다른 이의 입장과 존중은 애초에 없다. 시대 배경이 지금이 아니라서 그럴수..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과 다른 시대라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려면, 지금은 소설 속 시대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절대적으로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게다. 어떤 이유로 서천댁가문이 풍비박산이 났을지 우리는 그저 상상할 뿐이다. 문제는 그렇게 되고 난 이후 서천댁과 일호가 가문의 명을 이어가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공포스러웠다는 거다. 특히 일호가 벌이는 행동들, 대를 잊기 위해서라면 며느리 눈도 멀게 할 수 있는 그 마음이..나는 무서웠다. 내 안의 문제들은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갖고 싶은 욕망은.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하고자 하는 욕심..사람을 죽이는 것 조차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니 며느리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에 대한 복수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 욕심을 위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면, 어떻게라도 응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괴담이 주는 미덕일게다. 그러니 현실에서도..누군가를 한없이 괴롭히는 자들이 어떻게든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일호의 마지막이 개운하지 않다. 그가 끼친 해악..에 대한 끝은 죽음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사람들에게 끝없이 용서를 구해야 하는 건 아닐까.. 서천댁 보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에스더간호사 보다, 일호에게 집중하게 된 건, 탄핵의 시간을 거치면서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자신의 것을 지키려다 죽게된 일호에게 연민의 마음이 들지 않은 건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