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살롱 방문했다가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를 만났다. 소세키 선생이 떠오른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목차에서 '백제인'을 보는 순간 읽고 싶어졌다. 얼마전 부여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일게다.
"부여는 늘 고적하고 쓸쓸한 기운에 감싸여 있지.백제가 멸망한 땅이어서 그런 걸까? 그래서 그런지 여기 사람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다니고 당최 말들이 없어. 그래도 난 내 고향 부여를 사랑해.무량사,정림사지,능산리 고분,고란사,낙화암, 백마강.... 이런 것들이 나를 잉태하여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줬으니 말이야"/260쪽

부소산문에서 시작해서 영일루를 지나 사자루로 가는길에 보인 백마강은 아득하다. 부소산성이란 사실을 모르고 걷는 다면,마냥 산책하기 좋은 길이라 생각하며 걷게 되지 않을까..낙화암을 지나 고란사에 도착했을 때의 고요함은 이제 없다. 오히려 낙화암과 마주하기 전까지가 고즈넉함을 느낄수 있었던 것 같다. 고란사에서는 오히려 유람선이 사람을 유혹한다.해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려던 서복사지는 만나지 못했다. 그 덕분에(?) 백마강에서 고란사를 바라 볼 수 있었다.

백마강에서 바라본 고란사는 조용했고, 나무에 가려진 낙화암은 슬퍼보였다. 황포돛대에서 틀어준 노랫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부소산성을 내려와 주현미가수버전으로 1954년에 발표된 '백마강'을 들었다.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서 인걸 감안해도..가락보다 단어 하나하나가 와서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구곡간장,삼천궁녀,계백장군, 피 흘린 황산벌..등등
아주 짧고,쓸쓸한 '백제인'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부여 여행에서 '백마강'이란 노래를 무한 반복해서 들은 덕분인 것 같다. 백제인 유물 한점에 미쳐(?) 가족을 등한시 하게 된 인물을 누구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지는 못할게다. 그런데 온 마음으로 백제인이 되어 본다고 하면..그렇게 빙의가 되고 나면,남자는 미치지 않을수가 없지 않았을까.그러니까 멸망해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백제인의 마음으로 본다면 한없이 슬픈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혜진의 입장에서 읽는다면 부여란 곳은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백제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면 송곡리로 향하지 않았을까...그러나 그녀에게도 행복한 가정이 파탄나게 된 순간이..구곡간장의 마음은 아니였을까...

부소산성을 걷다보면 그날 백제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백마강'이란 노래가 그저 대중가요가 아닌, 백제인의 마음으로 빙의해서 만든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백제인'을 읽으면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말랑말랑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그날의 백제인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