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법 먼 바다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흰 물결부터 세어 보면 네다섯 단이 되는 파도들은 고양,정점,붕괴, 융화 그리고 탈주라는 제각기 맡은 역활들을 언제나 동시에 연기해 낸다.
매끄러운 올리브색 배를 내보이며 부서지는 파도는 처음에는 떠들썩하고 격렬하게 부르짖지만 이내 세찬 고함은 예사로운 외침이 되고 외침은 머지않아 속삭임으로 변해 버린다.
내달리던 크고 새하얀 말은 자그마한 흰 말이 되고 횡대로 늘어선 늠름한 말들은 이윽소 자취를 감춘다.그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차 일으킨 발굽 자국만이 물가에 남는다"/295쪽
"먼 바다로 나아갈수록 바다는 점차 농후해진다.물과 닿은 바다의 옅은 성분이 농축되고 점점 더 압착되다 마침내 짙은 녹색 수평선에 다다르면 한없이 졸여진 푸른빛은 단단한 결정을 이룬다.아득한 거리와 방대한 면적으로 숨기고 있지만 그 결정이야말로 바다의 본질이다.수없이 포개진 얕고 분주한 파도 끝에서 푸르게 응결된 것,그것이야말로 바다다........ ."/296쪽
<봄눈>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봄과 눈이 아니라...훨씬 더 재미나게 읽고 있는 중인데...4부작 제목이 '풍요의 바다' 인 이유가 또 궁긍했더랬다. 바다의 본질을 읽는 순간.. 매순간 바다의 신비를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바다를 바라 볼 때 조금 더 특별한 감정으로 바다를 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