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에 앉아 습득한 감각을 되돌아보았다.내가 만지고 듣고 느꼈던 공간을 머릿속으로 형상화했다.서서히 내 앞에 그림 한 점이 완성되었다.그제야 이들이 왜 전시회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는지 알았다.시력을 잃고서 아쉬운 점 중 하나가 그림이나 사진을 비장애인의 해설으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나는 타인의 시각을 빌려 세상을 본다.그들의 해설만이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한정된 정보는 자칫 고정관념을 심어준다.그러나 이곳에서는 오롯이 내 감각만으로 작품을 감상했다/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