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질문' 들이 따라 왔다.

"아무리 강한 고통이라 해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무뎌지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 통증을 인지하지 못한 채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내겐 장애가 그러했다. 시작의 부재를 잊고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을 자각하고 영원히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만다. 비단 내가 망각하고 사는 것이 장애만은 아니리라"/47쪽

"세상은 상냥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다시 사람에게 기대하고 마는 나약한 내 마음을 자책했다.또 약자는 당연히 가족들이 부양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회적 시선이 뼈아팠다.가족이 없는 약자는 그럼 누가 부양해야 하는가?"/88~89쪽

오솔길에 앉아 습득한 감각을 되돌아보았다.내가 만지고 듣고 느꼈던 공간을 머릿속으로 형상화했다.서서히 내 앞에 그림 한 점이 완성되었다.그제야 이들이 왜 전시회에 대한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는지 알았다.시력을 잃고서 아쉬운 점 중 하나가 그림이나 사진을 비장애인의 해설으로만 감상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나는 타인의 시각을 빌려 세상을 본다.그들의 해설만이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한정된 정보는 자칫 고정관념을 심어준다.그러나 이곳에서는 오롯이 내 감각만으로 작품을 감상했다/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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