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에밀 졸라의 책을 읽는다. <패주>를 선물로 받아 놓고도 아직이지만, 빛소굴 출판사의 책들은 따근따근한 신간으로 만나고 싶어진다.게다가 에밀 졸라의 단편집이란 것도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왔다. 조금 투박한 제목이라 생각했다.표지를 장식한 이미지는 지나치게 올드한 것도 같고, 동시에 현대적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오랜 만에 에밀 졸라를 만난다는 설레임이 이런저런 기분이 들게 한 것 같다.그런데 어쩌면 책을 펼치고 만나게 될 전혀 다른 기분과 마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방앗간이 공격(?)을 받았다. 거기 놓여 있는 방앗간도, 그곳에 인생을 쏟았던 메를리에 영감도, 앞으로 행복한 삶을 꿈꿨던 프랑수아즈의 인생도 전쟁 앞에 처참히 짓밟혔다.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멈추질 않고 있다.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니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알 수 있는 싸움도 있긴 하다. 그래서 더 참담하고 답답해서 뉴스 보는 것 조차 힘들기도 하다. '방앗간 공격'은 아주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전쟁에 대한 메세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


"헛간 아래에서 프랑수아즈는 도미니크의 시체 옆에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메를리에 영감은 조금 전에 유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프로이센 병사들이 전멸하고 방앗간이 불타고 있을 때 프랑스 대위가 맨 먼저 마당으로 들어왔다.전쟁에 뛰어든 이후 그가 거둔 유일한 승전이었다.(...) 연기가 자욱한 방앗간의 페허 속에서 남편의 시체와 아버지의 시체 사이에서 얼이 빠진 프랑수아즈를 보았을 때 대위는 칼을 들고 정중하게 경례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승리! 승리!" "/51쪽 올해는 <패주>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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