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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클라베>를 읽으면서,로버트 해리스 작가가 궁금해졌다.나만 몰랐던, 이미 유명한 작가였다는 사실은 이제 놀랍지 않다. 차근차근 찾아 읽어가면 되니까. 제목에서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느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정치인들의 자서전 회고록..이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것도 재미난 우연이다 싶었고. 앞서 '콘클라베'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 법한 내용을 뭔가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작가에게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유령작가라는 위치가 출판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내 이름을 전면에 드러낼 수 없는 작가의 고통..작가라고 말할수 있는걸까 하는 정체성의 문제를 뛰어 넘는(?) 소설이었다.그런데 탄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상황이라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부인을 만난 건 그분께도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을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부인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열정의 소유자이기 때문이죠.게다가 지식도 있고 당의 배분도 있고요.각하께서 전진할 목표를 제공해주신 게 부인일 겁니다(...)"/240쪽
"(...) 그는 애덤이 아내의 조언 없이는 어느 것도 결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애덤은 총명한 정치 세일즈맨에 불과했고 전략가는 늘 루스였다(...)"/402쪽
퇴직한 정치인의 회고록을 쓰고 있던 유령작가가 사망했다. 자살로 처리되었지만, 의구심이 드는 건 뻔하다. 맥아라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된 현재의 유령작가는 질문하게 된다. 물론 질문을 해서도,애덤에 대한 어떤 내용도 비밀로 함구해야 한다는 건 불문율이다. 그런데 ..유령작가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걸 알게 된다(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누가 맥아라를 죽였는가? 보다 더 흥미를 끈 건 정치매커니즘이었다.물론, 탄핵의 시간을 거치고 있지 않다면 총명한 정치인이라 생각했을 거다.탄핵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지 않았다면 루스가 전략가라는 말에 소설적 상상력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설로 누군가 쓰게 된다면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했는데...<유령작가>에서 그런 모습을 만난 것 같다.
"인터넷이 편집증 환자의 꿈을 실현해주는 쓰레기 공장에 게걸 들린 잡식성 귀신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인터넷에선 이들 정보가 푸른 리본의 하이퍼링크로 묶여 하나의 거대한 음모를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편집증환자란 온갖 사실로 넘쳐나는 사람'이라는 옛말도 있다"/295쪽
유령작가의 고통은 단순히,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는 정체성의 한계에만 있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맥아라의 죽음은 그래서 너무 예상되는 바였는데, 마지막의 반전이 그럴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도 섬뜩했다. 바로 이런 것이 음모론의 씨앗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그런데 정말 루스..는 그런 야망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확증이 음모론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걸 잘 알면서...이 와중에 출판사는 베스트샐러를 꿈꾼다.
"불법적인 행동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추는 건 도덕적중립이 될 수 없어요.범죄행위죠"/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