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새입니까? - 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
아르노 네바슈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예약주문


가끔 브랑쿠시의 작품을 만났지만, 예술가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 유명한 '새' 사건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로댕 밑에서 작업을 했고, 발자크 동상을 만드는데 손을 거들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물론 '이것이 새입니까'에서 이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런데 커다란 발자크 동상 자체보다, 이 작품이 협업(?)으로 이뤄졌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면, 온전히 로댕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따라 올 수도 있겠다.


  뒤샹을 통해 미국 브루머갤러리에서 브랑쿠시의 작품이 전시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롭다는 말을 하기에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다. 작품이 배에서 내려지고, 세관원들이 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걸까 궁금했는데. 바로 '세금'이 문제였다. 예술작품이 아닌,산업용 물품이라고 규정해버린 탓이다. 어디에서도 '새'를 떠올릴 법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해서 이 작품으로 인해 재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누가 봐도 새를 떠올렸다면,애초에 이런 재판은 벌어지지 않았을 게다. 그러나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는 청동을 보면서,'공간 속의 새'를 어떻게 떠올릴 수 있을까.이제 질문은 이것은 예술인가, 산업용 물품인가..에서 예술작품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우선 온전히 예술가의 손으로,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는가, 복제품이 있는가 없는가,그런데 청동을 주조하는 과정에서 예술가가 아닌 주조공이 했는가?연마기기가 사용되지는 않았는가를 따진다.브랑쿠시는 저들이 새에 대한 이해부터가 되어 있지 않음을 주장한다.



나무 한 그루가 마치 새처럼 보인건, 나의 기분탓일수도 있겠지만..예술이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릴수 없는 거라 생각한 입장에서, 새처럼 보이지 않아서, 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코미디 같다는 생각을 했다.심지어 재판부가 아닌, 예술가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 내야 한다는 아이러니 제목 자체보다 예술 작품에 집중했다면 저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새다' 라는 명제를 사법부에서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한듯 하다. 다만 예술가에 대한 개념(?)에 입각하여, 브랑쿠시의 작품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새다' 라고 언급하기 보다 "본 법정은 이 물품이 면세 대상임을 판결합니다" 라고 집행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모든 마무리 작업은 제 손으로 했습니다.다른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연마 역시 제가 직접 했습니다. /연마기는 물론 그 어떤 기계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그냥 줄과 아주 고운 모래 종이로 청동을 닦았어요.점점 더 매끈해지도록 아주 오랫동안...아주 오랫동안요"/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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