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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다큐는 언제든 환영한다. 아주 유명한 연주자였으나,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 시간이 짦아서 아쉬울 만큼 그리고, 다큐를 보는 내내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가 떠올랐다. 왜냐하면소설 속 남자는 더블베이스연주자인 자신의 모습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던 것만 기억이 나서...오케스트라연주단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정작 조연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기꺼이 매력을 느낀 오린 오브라이언연주자와 다른 시각으로 더블베이스를 바라본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란 생각을 하게 된거다.다시 <콘트라베이스>를 찾아 읽었다. 100페이 정도 밖에 안되는 분량이지만,여전히 재미나게 읽혔다. 어김없이 자신이 가진 악기에 대한 불만, 아니 그보다는 사람들이 더블베이스에 대해 갖고 있을 법한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는 이렇게 불만이 가득할까, 그렇다면 더블베이스와 굿바이 하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런데 그의 이런 복잡한 마음은 짝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의 불만을 악기에 투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누구나 각자 자기 나름대로 서 있어야 할 위치가 있고 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왜 그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되었고 그가 왜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 따위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겁니다"/95쪽
그러고 보니 소설 속 남자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처음 읽을 때는 콘트라베이스 악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다시 읽을 때는 남자가 사랑에 목말라 투정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또,또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뭔가 합쳐진 느낌이 들었다 내 속에 수많은 내가 있어서,종종 나조차 내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그리고 우왕좌왕하게 되는 이유까지 보였다.
"뭔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고 가위 눌림 같은 것을 느끼며 이런 안정된 생활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공포로 두려워합니다.(....)"/98쪽
안정된 생활에 공포를 느낀다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은 동의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 속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런 지점에서 폭발하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을 자기만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순간 세상은 어지러워질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야기 속 남자는 자신을 단단히 다잡아야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예술가가 이고 싶은데,예술가가 아닌 것 같은 그의 마음을,그 두려움을 이해할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가 미치짓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아니 우리 모두..자신안의 두려움을 미친짓으로 풀어내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