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가 일반 대중에게 알려질 경우 초래될 상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누구도 사태가 그렇게 발전한다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지를 명백히 알 수 없었다........ .
결국은 상식이 승리를 거두었고 양측은 엄정한 평등이라는 기초 위에서 불가피한 타협안을 찾게 되었다(...)"/ 293 쪽 과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현재의 시간을 오버랩하게 만드는 글들이 보여 놀랍고, 위로가 되고 당혹스럽기도 한.. 밑도 끝도 없이 '상식이 승리를 거두었고' 라는 문장을 늦은밤 마주하면서 어쩌면 지금 '읽기'는 절반만 집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기한 건 그렇게 책장을 덮고 그림에세이를 펼친 장에서도 또 탄핵의 시간을 떠올릴 법한 그림과 만났다는 사실이다.

"(...)웃음소리는 유쾌해졌지만 이제 악을 쓰거나 낄낄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다.자매의 남편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이제 그는 호색한이거나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다.견뎌냈던 모욕과 품었던 원한 지속된 불화,이 모든 것이 떠나간다.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사라졌을까?"/ 156쪽
고야에 대해 측은한 마음으로 그림을 보았다면, 지금과는 분명 다르게 보였을 텐데, 지금은 마냥 괴물로 보인다. 행간에 담긴 의미까지 파악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네타는 노인'에 대한 그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다만 보여지는 느낌은,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인지, 정신줄을 그냥 내려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에서 괴물이 오버랩될 뿐이란 사실이다. 탄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저와 같은 표정이 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어른과 노인은 구분 되어야 할테니까. 멋지게 나이드는 어른이라면 저와 같은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믿고 싶다. 정신줄 내려놓은 이의 모습,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이의 모습과 해탈한 듯한 이의 미소가 종이 한장 차이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잘 늙는 어른 되기란 결코 쉽지 않겠구나 싶다.화가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들을 담담하게 들여다 보고 싶었으나,탄핵의 시간이 훅 들어와버린 바람에, 그네타는 노인은 한참동안 괴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1808년 5월2일과 3일 프랑스가 스페인을 점령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났던 날,그의 친구 발레스 가족이 암살당했다. 혼란스럽지만 마음의 눈으로 이것을 봐야 했다는 것을 그는 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는 것은 악의 정상화이며 정치적 정체성과 동물과도 같은 존재의 끔찍한 분열이다.육체,그저 고깃덩어리,벼룩처럼 없애버려도 되는 완전하게 불필요한 존재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어떻게 살아가는가 사이의 간극, 침대에서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는 공포와 잔혹함에 절망하여 몸무림쳤을 것이다"/152~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