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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평점 :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나를 향해 작살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통증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나는 보트를 하나씩 박살 냈다. 물에 빠진 선원들은 부서진 배의 잔해에 매달려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113쪽
고래가 인간을 공격 했다는 표현은, 고래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입장에서만 할 수 있는 생각일게다. 고래는 절대로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아니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최근 보았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고래에게 반한 이들의 인터뷰에서 배가 뒤집힐 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고래와 눈이 마주쳤고, 고래는 배 옆으로..움직였다고 했다.무엇하나 믿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의심하는 병이 나를 잠식해버린 기분이지지만, 다큐로 만난 '고래와 나'에서 그려진 고래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사랑을 하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노래하는 모습도 황홀했다. 고래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세상의 모습이,내가 고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과 닮아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세풀베다선생의 시선은 정말 고래가 인간들을 저와 같은 모습으로 보고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인간이 자신들을 공격해야 하는 이유를 몰라 당황했고, 알게 되고 나서도 싸우려는 마음보다 더 멀리 더 깊이 고래잡이배들이 올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일뿐... 그러니까 만약 고래잡이를 인간들이 하지 않았다면, 고래를 보는 일이 지금만큼 어렵지 않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해서 나는 하얀고래가 인간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인간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에 대한 고래의 복수라 생각했다.
"인간들은 아주 먼 곳에서 오는 거야.하지만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그들의 탐욕과 야망을 막을 수 없어(...) 배와 난파선의 잔해들이 해안에 잔뜩 쌓여 있단다.그것들은 말은 못하지만 인간들이 얼마나 무모한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한지,자기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셈이지"/108~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