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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츄 -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 ㅣ 암실문고
발튀스.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윤석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필로우맨>을 읽으면서 '암실문고'시리즈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다음으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미츄>를 골랐다. 처음에는 제목이 독특해서 관심이 갔고, 다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고양이 그림책'이란 부제가 유혹했다.
책방에서 만난 냥이다.어찌나 시크한지(사실은 시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튼 특별한 귀여움을 발산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고르고 있는 앞으로 와서는 무심한 척 창박을 바라보는 냥이...고르는 동안 기꺼이 초상권을 내주겠다는 듯..그러나 절대 앞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그 마음이 궁금했다.) 동물을 그닥 애정하는 사람이 아님에도..홀릭하게 되는 걸 보면 냥이에게는 분명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누가 고양이를 알까요? 가령 당신이라면 고양이를 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12쪽 고양이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을 굳이 알려고 하지 말하는 의미일까... 알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지만...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 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그저 고양이일 뿐이고 그들의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의 세계입니다."/13쪽 소설인 줄 알았는데, 독특한 서문부터 놀라게 하더니,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뭔가..아닌 그런데 묘하게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이 책의 서문은 릴케가 썼는데, 주인공(?)은 고양이 미츄다. 그런데 미츄와 함께 했던 화가 발튀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미난 건, 미츄에 대해 발튀스의 목소리는 오로지 판화로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더 흥미로운 건 미츄라는 냥이를 키우고 그림으로 남길수 있게 해 준 이가 릴케였다는 사실이다.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할 수 도 있겠으나.발튀스가 화가로 나갈수 있게 영향을 준 인물이 릴케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발튀스의 그림은 보고 있기가 좀 불편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 더 깊이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 발튀스를 만났다.그림을 보면서 쾌활함을 지향하는 화가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는 고립과 은둔했던 화가였으며,자신의 도록에 전기적인 내용을 싣는 것도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주아주 좋아하는 화가라고 말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자신만의 언어를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화가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미츄를 만난 덕분에 발튀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 뿐만아니라, 잃어버리게 된 고양이를 통해 '상실'에 대한 교훈까지...
"상실이란 단순히 자신이 짐작하지도 못했던 기대를 막 충족했던 그 관대한 순간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그러한 순간과 상실 사이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는데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그걸 소유라고 칭해야 하겠군요.그런데 상실이 아무리 잔인한 것이라 해도 상실은 소유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상실은 소유의 끝입니다.상실은 소유를 확인해 줍니다. 결국 상실이란 두 번째 소유일뿐이며,그 두 번째 소유는 아주 내적인 것이며 첫번째와는 다른 식으로 강렬합니다"/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