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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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란 말 자체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이유가 읽고 싶게 만든 이유 되겠다.  앞서 읽은 <네메시스)와 <에브리맨>을 인상적으로 읽은 것도 <우리 패거리>를 읽게 만든 이유가 되려나.. 그런데 '미국을 노린 음모'는 여전히 잘 읽혀지지가 않는다. 무튼 <우리 패거리>는 희곡형식을 취하고 있다. 참담했던 건, 현실 세계가 너무 소설 같아서, 소설속 그려내는 풍자가 ..오히려 착하게 느껴질 정도다. 통쾌하다기 보다는 씁쓸한 웃음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고 해야 할까..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밤 국가적으로 중요한 말씀을 드리려고 여러 분 앞에 나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축소해서 여러분께 거짓 희망을 드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제가 내린 결정들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 매체에서 여러분이 보시거나 들으신 것처럼 크게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13쪽 며칠 후 아마 방송에서 보게 될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어떻게 <우리 패거리>를 읽으면서 '소설' 이라고 말할수 있을까..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면들을 텍스트로 재구성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그러나 그럼에도 잘 읽혀진다. 대통령의 존엄성을 깨부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에 더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정치의 언어가 '거짓말'이란 걸을 똑똑한 대중이 부디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졌기 땜문이다. 아주아주 쉬운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이야기 시작에 앞서, 걸리버여행기의 한 부분과, 조지오웰의 '정치와 영어'가 소개된 이유도 너무 잘 알겠다. '거짓말' 진짜도 거짓말로 만들지만, 거짓말이 진실로 둔갑하는 건 더 무섭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는 강박이 생기고 있는 것인지... '거짓말'을 의심하려 들지 않는다. 똑똑하지 못한 리더옆에, 현명한 충신들이 있을리 만무하다. 카다르시스라 생각한 작가의 상상력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능한 리더의 최후가 암살로 이어지는 건 또다른 분란과 혼란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그러니까 소설을 읽으면서,통렬함 보다, 정치매커니즘이 견고할(?)밖에 없는 이유를 더 분명하게 확인한 기분이다. 

"우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서 인간의 마음과 가슴과 영혼을 노리는 이 전투에서 새로이 공세를 펼칠 때가 왔다고 말하는 겁니다.이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이념 전쟁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자신의 이상을 지킬 의욕과 능력이 있는 대악마가 필요합니다. (..)오늘 밤 여러분은 우리의 삶 전체에 대해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의 주장 우리의 신념에 대하 판정을 내려야 합니다. 역사의 흐름은 우리 편입니다"/250쪽  대악마,라는 단어가 내게는 더 견고한 정치적거짓말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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