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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윌리엄!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 이상 읽은 고전작품은 종종 읽지만,현대 소설을 두 번 이상 읽기란 쉽지 않다.(내가 기억하는 한 거의 없는 것 같다....) 무튼 지난해 <오, 윌리엄>을 읽으면서 루시바턴 시리즈..를 찾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바닷가의 루시>를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루시 바턴시리즈를 읽어야 할 것 같아,시작했고, 다시 <오, 윌리엄>을 읽으면서 지난해 보다 더 재미나게 읽어낸것 같아,다시 읽기 잘 했구나,생각했다
"나는 최근에 이 도시에 사는 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녀 역시 작가이고 자식은 없는데 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루시,나는 그냥 네 말을 못 믿겠어" 그녀의 그 말이 나를 조금 아프게 했다.(..)내가 한 말은 사실이었기에" /276쪽
언제나 그렇듯 처음 읽을 때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았다. 변명하자면,루시와 윌리엄에 집중한 탓이다.그들이 이혼하게 된 이유, 그리고 서로에 대해 많은 것들을 몰랐구나,뭐 이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생각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조금만 노력한다면 가능한 것 아닌가... 생각했으나, 그건은 불가능하다. 루시의 친구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루시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게다. 해서 처음 읽을 때는 단순하게 윌리엄의 '바람'이 이혼의 절대적 이유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는 될 수 있었겠지만 절대적으로 작용한 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 더 근본적인,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에서 뭔가 답답했던 상황들이 존재했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루시는 알게 된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부정적인걸까 싶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 자체에 모순이 있을수 있다는 생각에, 다만 서로 이해하려 노력할 뿐.. 그런데 지금은, 그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아 읽는 내내 계속 타인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마음으로 읽게 된 것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편을 가르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 조차 왜곡이라고 말하는 뉴스...는 힘겹다. 그들이 왜 그러는가에 대해 질문해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나 역시 그 상황으로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루시처럼 스스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너무 윌리엄처럼 방관하는 것이 될까? 루시의 언니와 오빠 그리고 아빠, 윌리엄의 엄마에 대해서까지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능(?) 했는데, 여전히 루시의 엄마에 대한 폭력성..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던 남편과 살아야했던 고통을 감안하면..그녀 역시 힘들었을 텐데..삶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것이 삶이 흘러가는 방식이라고 했다.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잘 안다는 착각이 언제나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