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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리즈 라는 타이틀이 있다는 건 나름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일텐데, 읽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히려 타임머신을 타고,과거로 돌아가는 기분과,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어떤 모습에서 진행되었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연결되는 재미가 있다. 마치 누군가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다는 기분도 그랬다.지금,비키는 살아 있지만,나는 그녀가 죽음을 맞게 되는 순간도 알고 있다.('바닷가의 루시'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는 이미 소설가로 성공한 루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형식이다. 실제 루시의 이야기인지, 소설 속 루시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경계들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주변인들. 작가로 성공했으나,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가 겪어야 했을 가난했던 시간속 이야기는 철저(?)히 루시의 시선으로 그려졌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에서는 루시가 그려냈던 주변인들이 직접적인 목소리를 낸다. 당연히 루시가 기억한 그들과, 그들이 기억하는 루시의 모습은 다르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한 번 명료하게 언급되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라는 제목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오했다. 한 명씩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이든 가능하다' 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종종 '노력'하면 이라는 단어가 전제되어야 했지만.... 노력해도 도저히 어쩔수 없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소설의 제목은 왜 무엇이든 가능하다..였을까?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 그려지는 것 같았는데..그냥 그들에게 일어난 인과관계들이..그럴수..있어로 정리되는 기분이었다.결과 상관없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패티가 딸에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 모두 너나 없이 엉망이야.앤젤리나,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사랑은 불완전해,앤젤리나,하지만 그래도 괜찮아"/75쪽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그럴수 있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문제가 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로 바뀐다.(아니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우겨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설이 단순히 이런 자기 합리화를 위해 씌어진 이야기가 아니란 건 알고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말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어,순간순간 울컥했다.우리 삶은 불완전해서 오히려 무엇이든 가능하다..그 말을 실천(?)한 인물은 루시였고,노력으로도 극복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그러나 사실 루시도 진짜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녀가 겪고 있는 공황장애를..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럼에도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그 말이 좋았다.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떠올리면 도움이 될 것 같은 기분..물론 나 자신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