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은 참으로 선하다/뻣뻣한 벼 이삭도 고개 숙이게 하네/ 수런대는 들판이 만권의 책 같아


잘 익은 가을 같은 책 한권 빌린다면/기억하기 좋은 달이 될 것이다


우리가 책에서 배운 것은/ 생각을 하면 생각이 난다는 것


쓸쓸이 재발할 때/ 나는 가을을 퇴고했네/딱 한줄 네 모습/나머지는 모두 여백이네


한 철 동안 누가/다음 페이지를 넘기는지/ 책 속에는 길이 있다고 하네


지금 이곳에서 책을 펼칠 때/ 내가 겨우 할 수 있는 일은/책에서 몇줄의 감동을 훔쳐내는 일


그것 말고는/단풍잎의 떨림과 키 낮은 풀들의 결핍/차디찬 눈물과 쓰디쓴 경험/이것이 마땅한 가을 추수이니 누구든 받아가라


책장을 덮어도/참으로 선한 가을이다




가을 하면 자동으로 읽게 되는 시가..내게도 몇 편 있는데, '책가을'도 리스트에 추가해 놓아야겠다. 국수먹으러 가는길,가을 햇살과,봄 햇살의 다름을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참으로 선하다'는 말이 가슴으로 쏙 들어왔다. '선한 느낌'... 가을 햇살이 주는 그 느낌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드는... 이어 '잘 읽은 가을 같은 책' 이란 표현도 마음에 들었고.. 책으로 인해 꼬리에 꼬리로 이어지는 줄기들..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사실. 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책이 주는 힘이란 사실..이 반가워 박수를 쳤다. 몇 줄의 감동을 훔쳐내는 것으로도 흥분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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