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로맹가리에 대한 언급이 있어 집중..^^
야곰야곰 읽으면서 정작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몇 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는지 몰랐다. 로맹 가리라는 이름 말고 에밀 아자르란 이름으로 나온 책들도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는..사실..해서 몇 권을 가지고 있나 찾아보다가..있어야 할 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혹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걸까 싶은데..독서일기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사라진 로맹가리의 책들...꼭꼭 숨겨 놓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지젤이 추천해 주는 대로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그녀가 추천한 책은 <여인의 빛>이었다."/142쪽
친구가 책을 사준다며 서점에서 만나자고 했다.종종 만나는 친구였다면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을 했을 텐데,오랜만에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받아 보는 즐거움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러마 했다. 마침 마음산책에서 출간된 로맹 가리의 시리즈를 탐독하는 중이라 그 중 한 권을 고르면 되겠구나 싶었다.왜 겨우 한 권이냐고 묻는 친구에게 만날 때마다 한 권 씩 선물해달라고 했다.^^
책 값을 계산하며 친구의 첫 말은 '제목이 마음에 든다'였다.그런데 차를 마시며 알았다.친구에게 이 말이 왜 이렇게 와 닿았는지.소설 속 내용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우린 매 순간 어떤 결정을 하게 된다.그리고 조금은 절박한 결정일수록 결정 후 찾아오게 될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 보면 망설이게 되는 상황들,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들에 대한 미련 등이 남을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라 만큼이나 강렬한(?) 느낌의 제목.그런데 막상 책장을 펼치게 되면 강렬함 보다 당혹스러움과 서글픔이 책을 앞도한다.아직도 조금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고 픈 노년의 삶을 들여다 보기란 힘겹고 어색하고 낯설다.머리로 이해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머리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접고 읽으려니 순간순간 숨 막히는 기분을 경험한다.예전보다는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되어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중심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성(性)에 관한 담론이다 보니 어렵다.나이가 들어도 사랑할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니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런데 나의 문제가 되면 상황은 달라지는 듯 하다. 웰다잉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중요한 화두를 제대로 던진듯 하다.조금은 센(?) 성에 대한 문제와 조금은 극단적인 자살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 모두가...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앞으로 더 많이 생길수 있는 문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자크와 같은 상황이라면,이란 가설은 세우지 않았다.
가볍게 언급되는 듯한'노인학'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복지로 이어져야 할 지에 대한 뼈저림을 느끼며 읽었다고 해야 할까? 앞서 읽은 <여인의 빛>에서도 느꼈지만 도피하 듯 찾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일수 없다.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연민 속에 허우적 거리게만 된다면 자크는 영원히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노인이 될 수 밖에 없었을지 모른다.진정한 '사랑' 만이 구원이라는 것을 다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에 들었다는 제목의 표지를 친구에게 카톡으로 날렸다.다시 생각해 보니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 같다고 말해줬다.무언가를 결정하려는 순간 뒤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말은 너무 비관적이다.그런데 소설 속 자크처럼 자기 연민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이 말은 또 안전한 신호등 같은 말일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답답하고 힘들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자신의 허무러져 가는 사업 속에 노년의 삶을 빗대어 이야기 하는 방식이라 슬픈데도 이상하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블랙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다 고통없이 죽기를 바란다.그렇다고 해서 늙어 가는 것 자체를 거스를수는 없는 법.이제는 웰다잉 만큼이나 잘 늙어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깊게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듯 하다.
2014년에 선물 받은 책은 사라졌다. <여인의 빛> 과 <흰개>도 사라졌다. 만날때 마다 책을 선물해 주겠다던 친구와는 이제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 경계가... 여인의 빛이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았는데... 다시 읽어봐야 겠다. 사라진 책들은 이제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이다. 누군가 쳐 놓은 밑줄이 있다면 덜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새들은 페루...와 자기 앞의 생..은 지인에게 빌려준 걸로 기억하고 있다. 로맹 가리의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었나..가 궁금했는데... 책을 선물해준 지인과 인연이 멈췄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당혹감이 잠시..그러나 인연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1人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