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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 책 <런치의 시간>을 읽으면서 '란포튀김'이 언급되는 순간,음식 보다,<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인간 의자'가 더 궁금해졌다. 온전하게 읽은 책이 거의 없기 때문일수도 있겠고,이런 바람이 통했는지, 7월 신간 소식을 들었다.더위를 기담집과 함께 보내려던 바람은,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시작 되었다.
"이쪽 세상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은 구석구석에서는 얼마나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99쪽
'인간 의자'는 섬뜩하면서도 기이했고,그런데 단편이 주는 매력까지 담겨 있어 놀랐다. 독자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것인가를 상상하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을 모습까지 상상되었다. 의자..를 만들어낸 남자..처럼. 글을 쓰는 작가에게 편지를 보낸 사연을 읽을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의 상상력은 아직도..많이 빈약한 모양이다. 얼굴이 추해서 사람들 앞에 나설수 없는 남자가 가진 탁월한 재능은, 의자를 잘 만든다는 거다. 얼마나 잘 만들어내면..의자 안에 자신이 숨을 공간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거다.이것이 가능하냐고 따져 묻는 다면 문학을 읽어낼..수 없을게다. 무튼 너무도 기이하고 섬뜩해서..자신이 말한것처럼 정상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순간.. 첫 번째 반전이 드러난다.일본인 집이 언급될 때...작가의 집으로 의자가 옮겨 오게 되었을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럼에도 '기담'이 주는 매력이라면 사실을 알게 되어 싱거운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 섬뜩함...이었다. 실제 이런 일이 가능할까..싶은데...누군가 나를 훔쳐본다는 과정만 해도 섬뜩함이 전해져 오지 않던가... 의자에 앉아 창작에 몰두했던 작가의 소름돋는 그 마음이 알면서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왔다. "만일 이토록 염치없는 제 바람을 들어주신다면 서재 창가에 놓인 패랭이꽃 화분에 당신의 손수건을 걸어두십시오.그것을 신호로 저는 한 사람의 방문자처럼 댁의 현관을 찾아들겠습니다"/107쪽 그런데 반전은, 놀라는 순간 한 번 더 크게 찾아온다. 알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허무하다. 왜 거기까지 나의 상상력은 미치지 못했을까. 인간 의자..에게 철절히 농락당한 기분... 그러나 또 이런 반전을 느낄수 있다는 것이..단편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하고 위로를..의자를 만드는 남자의 마음은 섬뜩했고, 편지를 읽고 있는 작가가 느꼈을 공포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앤딩은 차마 말할..수가 !!
<런치의 시간>에서 언급된 '란포튀김'에 대해 이제서야 궁금해져서 검색해 보니, 도쿄에는 아직도 란포가 애정했던 텐동집이 있다고 한다. 일본은 가고 싶지 않은데...백년이 훌쩍 넘긴..그곳에는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