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여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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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부아르의 책을 읽어내는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다. 물론 <아주 편안한 죽음>을 먼저 읽었지만...소설은 처음이다. 프루스트의 소설도 읽고, 버지니아울프 소설도 재미나게 읽었는데...보부아르는 왜 그렇게 손이 가질 않았을까.. 지나치게 철학적 사유를 요구할 것 같은 편견이... 막상 읽기 시작하고는 그런 기분을 전혀 느낄수 없었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은 덕분이다. 아주아주 특별해 보였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에 대해 미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 물론 보부아르의 시선으로 씌여진 소설이란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흥미롭게 읽혔다. (사르트르가 연상될 수 밖에 없었던 피에르..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 프랑수아즈는 그자비에르의 희번덕거리는 눈이 응시하는 여자를 두려움에 젖어서 주시했다. 그 여자는 바로 프랑수아즈 자신이었다"/361쪽  어느 순간부터 프랑수아즈와 그자비에르가 같은 인물이란 생각을 했다. 그림자 같다는 생각도 했고...그러니까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초대받은 여자>는 어느 면에서 쉽게 씌여진 소설이구나..생각했더랬다. '존재'를 너무 자주 묻는 탓에 힘들것 같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무튼 사르트르가 마음에 들어 덥석 그의 제안을 수락했던 보부아르는..사실 힘들었다는 글을 읽었는데, 프랑수아즈..라는 인물을 통해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피에르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 그러나 독자는 피에르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그가 목소리를 낸 이야기를 읽어 보게 되면 다를수도 있겠지만... 무튼 삼각관계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발상에..대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프랑수아즈가 고통스러워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데 그녀의 마음 에는 그자비에르와 같은 마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성과 감정의 끝없는 충돌이라고 해야 할까...  해서 나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을 때만 해도, 광기의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힘들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초대받은 여자>를 읽으면서, 사랑을 하는 시간 속에 증오와 광기는..한몸처럼 붙어 있는 무엇..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사랑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나도 오래전부터 자신의 눈먼 그림자로 그녀를 짓누르던 현존이 바로 그것이 저기에 존재하고 있었다.오직 자기 만을 위해 실재하고 전적으로 자신으로만 비치며 본인이 배제한 그 모든 것을 무로 축소하면서 그것은 온 세상을 스스로의  기고만장한 고독 속에 가두어 두었고(...) 그녀는 되뇌었다. "그 애인가, 나인가" 그녀는 밸브를 내렸다"/368쪽 그녀의 분신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 소설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림자를 죽일수 있을까.. 역자의 설명을 읽어 보면, 나는 <초대받은 여자>를  곁가지 수준에서 읽었을 뿐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녹아 있을 법한 문장을 읽으면서..사르트르의 이중성에 대해..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피에르 보다 프랑수아즈가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었으니까..그렇다고 해도 앤딩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터라... 섬뜩했다.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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