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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독 일기 ㅣ 안온북스 사강 컬렉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백수린 옮김 / 안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베르나르 뷔페 전시를 보러 갈까 망설이고 있던 찬라.. 사강의 소설에서 베르나르 뷔페 그림을 보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강의 소설 <엎드리는 개> 덕분에 <해독 일기>까지 찾아 보게 되었다는.. 무튼 혼자 베르나르 뷔페 전시도 보러 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호들갑을 부리며 <해독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했던 오독 가운데 가장 큰 오독이 불러온 참사...가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해독..일기라는 제목을 보면서.. 해석 일기로..오독을 하고 말았다.뷔페의 그림을 사강의 눈으로 어떻게 해석 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페이지를 열었는데,사강의 소설에 뷔페의 그림이 더해진 책이었다.
그리고
사강의 소설인데 사르트르와 <초대받은 여자> 의 여자이름과 같은 이름이 언급되서 한 번 더 놀랐다.

"사르트르, 아무도 착하거나 악하지 않다(...)"/56쪽
<초대받은 여자>에서 사르트르에 대란 프랑수아즈의 마음도 저와 같지 않았을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강도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프랑스 사람들은 모르지만 프랑스소설은 그래도 초큼 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랑수아즈 이름을 이렇게 또 만났다. 그 이름에 대해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보부아르가 자꾸만 연상되는 건 그저 기분탓만..은 아니라고 우겨 싶어 보고 싶은 문장이다.. "아, 삶은 얼마나 느리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아, 아폴리네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나는 얼마나 지루하가. 그냥 도망쳐버릴까? 어쩌면" /59쪽 엘리자베트 이름도 언급되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뷔페의 그림을 볼 때 가끔은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사강의 <해독 일기>에는 얼마나 안성맞춤이던지.. 사강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모프핀에 의지하며 통증을 이겨내야 했던 석 달 동안에도..작가는 글을 쓰는 시간이 좋고..아니 극복하는 시간이였을 테고..책을 읽는 것으로 통증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보부아르의 소설(초대받은 여자)을 읽고 있는 덕분에, 반가운 순간이 있었다.(만약 읽고 있지 않았다면 프랑수아즈..에서 어떤 연결 고리도 찾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냥 거칠어 보이기만 했던 뷔페의 그림이..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는 연결고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고통을 이겨낼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는 건..불행 중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