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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여자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4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전문학 읽기에 나름 재미를 붙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넘지 못하는 산이 더러 있는데, 보부아르도 내게는 그랬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증오의 시대..에서 아주 크게 할애된 것도 아니었다. 독자의 눈에 유독 크게 부각되어 보였을 뿐이다...가볍게(?) 시작해 보려고 골랐던 <아주 편안한 죽음>은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잘 읽혀서 놀랐다. 이제 소설을 읽어봐도 될 것 같아 고르게 된 책이 <초대받은 여자> 다... 자꾸만 '초대받지 않은 여자'로 읽고 있다.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는 정보가..왠지 부정적..메세지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피에르에겐 프랑수아즈의 입장을 대변할 권리 따윈 없었다. 그녀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서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주제에 심지어 그녀가 자기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확신하기까지 하다니 오만하기 그지없지 않은가.프랑수아즈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이 납덩이로 변한 것 같았다"/204쪽
의식의 흐름을 쓴 작가들의 이야기보다 존재를 묻는 이야기가 훨씬 어려운가..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힘들었다. '존재'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너무 컸다. 그런데 어느 순간 피에르와 프랑수아즈..모습에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상상했다. 그남자 입장에서는 억울할..면도 있을 수 있을까 싶은데...무튼 계약결혼이 성립된 과정과, 실제 보부아르는 그렇게 남자를 사랑해서.어쩔수 없이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피에르를 사랑하지만..그녀가 해바라기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고..그런데 이 책이 어느 순간 잘 읽혀지게 된 건, 단순히 남자에 대한 고발(?)이 목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당연한사실^^) 존재..라는 화두에 사랑이란 재료가 들어온 것 뿐이다. 어느 순간에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에서도 프랑수아즈가 보였고..그자비에르 모습에서 피에르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아직 2부까지 마무리 하지 않았으니..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끝맺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피에르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그를 향한 원망으로 가는 것이 아니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자각.(물론 지나치게 자학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터..) 사르트르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둘의 관계를 모르는 이들이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피에르라는 남자의 찌질함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지 않을까..무튼 1부를 마무리하며 느낀점은..단순히 피에르라는 남자에 대한 찌질함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장 못생긴 여자조차 적어도 자기 손만큼은 애지중지하면서 쓰다듬기 마련인데 프랑수아즈에게 자신의 손은 무섭도록 낯설게 보였다. 우리의 과거,우리의 미래,우리의 생각,우리의 사랑...그녀는 단 한 번도 '나'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반대로 피에르는 자기만의 미래와 자신만의 속내를 지니고 있었다"/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