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투'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게 다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라고..그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탓에 원숭이(시프트)와 당나귀(퍼즐)의 관계가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마지막 전투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원숭이와 당나귀의 이야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작과 끝에 관한 이야기였을 게다- 영리한듯 보이는 시프트는 똑똑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지 못했던 당나귀를 자신의 입맞에 맞게 조종한다.그야말로 꼭두각시였던 거다.큰 사건은 사자가죽을 발견하던 날 시작된다.시프트는 당나귀에게 사자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게 된다.이후 시프트는 권력의 칼을,평범하게 살아가던 이들은 노예의 삶이 당나귀는 처절히 꼭두각시가 되어진다.멀리서 보면 당나귀는 영락 없이 아슬란의 모습인거다. 시프트는 나니아 사람들에게,아슬란의 이름으로 명령을 하게 된다. 숲은 점점 망가지고,이웃나라로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노예로 넘기게도 된다.시프트와 당나귀의 모습을 보며 국정농단을 떠올려 보니 정치인들이 풍자를 풍자로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블랙리스트라는 이름표를 붙이려는 이유를 알것도 같았다. 저들은 풍자 속에 어떤 진실이 들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였다.아..그러나 난장이들은 당나귀는 꼭두각시요,시프트는 당신들을 속였다고 말해도,나니아왕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인데,정말 그럴까? 그 사이를 비집고 진저 같은 고양이의 음모가 어느 누구의 말도 믿을수 없는 혼란의 세계를 만든다.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는 이들 말이다.그나마 다행(?)이라면 시프트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퍼즐이 알게 되였다는 거정도일텐데 그 부분과 함께 유스터스가 퍼즐에게 했던 말이 아닐까 싶다."당신이 똑똑하지 못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말에 시간을 낭비하지만 않는다면 똑똑해지려고 애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거예요(...")/982쪽 물론 현실에선 수많은 정치인들이 혹은 사회에 해악을 끼친이들이 퍼즐처럼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거지만...그래서 여전히 잘못이 분명한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을 보면 어떻게 그럴수 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슬란님이 그에 대한 명쾌한 그러나 씁씁한 답을 주었다는 거다."(...)저들은 우리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저들은 믿음 대신 교활함을 선택했느니라,저들의 감옥은 단지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그런데 지금 저들은 그 감옥에 갇혀 있구나.속는 것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나오려고 하지 않는 게다(...)/1030쪽
환타지를 떠올려 보면 느낄수 있는 전율은 크지 않았다. 아마 빈약한 상상력탓일게다.덕분에 너무 진지(?)하게 읽은건 아닐까 싶지만 그래서 더 재미나게 읽을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처음 읽을 때부터 따라 왔던 철학적 질문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의 고찰이였다.그러면서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문제들의 접근도 좋았다. 예를들면 6장에서 질 폴이 유스터스에게 했던 행동을 자신도 똑같이 겪고 난 후에야 잘못을 알게 되였다는 사실은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해 주었고,루시에게 사과를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마음을 속였던 에드먼드를 통해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그러나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분명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가르치려는 느낌보다 자연스럽게 상황이,중요한 문제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경험이였고,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열린눈과 마음이였다.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어떻게 다 읽을수 있을까 했던 고민은 기우였다.환타지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상상의 자유로움은 충분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행간 사이 넘쳐나는 철학적 질문과의 만남이 그 자리를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읽게 된다면 개정판으로 읽어야겠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것 같지만 2018년에 읽었고..스토리는 세세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영화 프로이트의라스트세션에서 마주한 루이스..의 모습은 나니아연대기를 쓸 만한 이유가 충분했고... 믿음에 대한 강조..를 주요 화두로 삼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엄청난 분량이지만..무척 속도감 있게 읽었다는 나의 소감을 읽으면서.. 올 겨울에는 산타에게 크리스마스선물로 부탁해서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