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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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소굴에서 나온 <우체국 아가씨>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중편인줄 알았던 <과거로의 여행>은 두 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과거로의 여행' 도 그랬지만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을 읽으면서도 상상했던 이상의 무언가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두 소설에 드러난 묘한 교집합을 발견하는 기쁨까지..(물론 나의 오독일수 있음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모두에게 친절(?)했던 남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데 한 여인과 함께 사라졌고..그녀가 유부녀란 사실에 사람들은 격렬한 논쟁을 한다. 정작 당사자는 없는데..이런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방관자처럼 지켜보던 한 여인은 앙리에트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에게 일어났던 '24시간'의 일을... 20년도 지난 그날의 일을 그녀는 여전히 가슴에 묻어 두고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고백하고 싶은 그 마음...은 뭐였을까? '사랑의 모험'에 빠져드는 건..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는 일이란 걸..이해받고 싶었던 걸까... 무튼 남자에게 그녀는 20년도 지난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는 그녀의 선의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남자를 구원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그 남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보여..자신을 구원하고 싶은 마음이 남자에게로 향하게 되었던 걸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맙소사... 그 남자에게서 사랑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을 줄이야(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공허하고 헛헛했던 그녀에게 노름에 빠진 남자는 열정의 상징으로만 보였던 것 같다. '노름'이란 대상은 잊고..오로지 불타는 열정.... 남자를 구원하고 싶었던 마음 이면에 그녀의 사랑이 숨어 있을 줄이야...그런데 어쩌면 그녀는 삶에 대한 어떤 열망이 더 강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고통은 비굴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고통은 삶을 향한 막강한 요구 앞에서 움찔하며 물러섭니다. 삶을 향한 요구는 우리의 정신에 내재한 죽음의 열망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의 육체에 근거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감정이 부서져 나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172쪽 '과거로의 여행' 에서 두 남녀가 지난 시간의 흔적을 찾으려 했으나..그것이 그냥 그림자일 뿐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남자와의 추억을 미친듯이 찾아 나섰던 그녀도..어쩌면 자신의 무언가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사랑하는 감정이 한 순간에 빠져 들어 버린..24시간 동안의 일을 20년이 넘게 지나서도 여전히 기억에 남겨 두고 있었던 마음은 뭐였을까.. 늙어간다는 건 과거에 대해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그녀는 낯선 이방인에게 폭풍 같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반쪽의 진실이 아닌..완전한 진실을 들려주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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