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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의 여행 ㅣ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원당희 옮김 / 빛소굴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빛소굴이란 출판사가 있는 줄도 몰랐다. 우연히(정말 우연인지..모르겠다.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작용한 것 같은 기분이라서..) 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을 읽으면서 빛소굴에서 출간된 리스트를 보게 되었다.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읽고 나서야 츠바이크의 소설 한 권이 더 보였다. <과거로의 여행>. 책이 도착하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음미하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과 달리..빨려 들어가는 기분...
"9년이 지났어도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그에게는 어떤 특별한 의미처럼 여겨졌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으니 좋은 징조가 아닐까?' 테이블 위의 전화기에서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그는 수년이 지난 지금 곧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리란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수년이라는 세월,바다와 대지를 뛰어넘어 그녀의 목소리가 (...)그에게 들려올 참이었다"/47쪽
9년이란 단어를 마주한 순간 50년의 기다림을 견뎌(?)온 플로렌티노(콜레라시대의 사랑)이 따라왔다. 9년이란 시간도 억겁의 세월일 수 있는데..50년을 기다려 마침내 재회하고..다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과거로의 여행' 이란 제목에서는 뭔가 애잔한 향수가 느껴졌는데.. 막상 그 속의 이야기는 너무도 사실적이라 놀랐다. 풋풋한 시절..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야속한 전쟁이 루트비히의 사랑을 빼앗아버렸다. 그런데 정말 전쟁때문에 저들은 이별을 하게 된 걸까.. 유부녀와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던 건 아닐까...무튼 전쟁은 저들을 강제로 이별하게 했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자는 혼자가 되었고, 남자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그러다 갑자기 여인이 생각났다. 미칠것 같은 남자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고..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지만... 그들을 기다린 건.. 플로렌티노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인간은 추억만으로 살 수 없다니...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는데... 추억을 현실로 끌어낸다는 건 애초에 모순이란 걸..말해주고 싶었던 걸까.. 전쟁이 그들을 만날수 없게 한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였지만.... 잊지 못한 시절의 시간을 찾아 헤매는 것도..실은 그림자를 찾으려는 것에 불과했던 것일지도...
"얼어붙고 눈 내린 옛 공원에서
두 그림자가 과거의 흔적을 찾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