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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 미선나무에서 아카시아까지 시가 된 꽃과 나무
김승희 외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1월
평점 :
캐서린 맨스필드의 책들을 찾아 읽다가, 시도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를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페르난두 페소아였지만.. 하여 오랜만에 여러시인들의 시를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는 시집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한 번에 완독하지 않아도 괜찮고, 마음대로 골라 읽을수 있는 것 더 좋지만,무엇보다 마음가는 대로 오독이 허락된 것이 제일 마음에 든다.순서 없이 읽어도 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며...캐서린 맨스필드의 시부터 읽었다.
아,왈가닥 우리 딸/미소짓는 너의 행복한 얼굴은/여름날의 향기로운 장미꽃처럼/가장 따분한 곳마저 향기롭게 만드는구나//
아,요조숙녀 우리 딸/사랑스런 우리 아기,엄마는 흡족해/우리 딸,엄마가 안고 있어서/네가 장식이 아니라서//
조금은 평범(?)해서 살짝 실망하려고 한 순간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나는 그만 빵~하고 웃음이 났다'정반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같은 모양이다.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이라 생각했지만 실물을 보고는 너무 이뻐서,,놀란 '미선나무에게'(김승희)는 미선나무가 부럽다가..어느 순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그럼에도 사랑하며 살아가야 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서 좋았다.페르난두 페소아의 시는 살짝 만났을 때 데이지꽃을 노래한 줄 알았다. 그러나 시의 제목은 '나의 바라봄은 해바라기처럼'이다. 특히 공감은 데이지꽃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중략) 나는 데이지꽃을 믿듯 세상을 믿는다/그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세상은 우리에게 세상에 대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생각한다는 것은 온전치 못한 눈을 갖는 것이다)/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조화하라고 만들어졌다/(중략)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는데,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마침 <활자잔혹극>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에..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해바라기라는 제목을 달고 데이지꽃에 대한 언급이 새삼 심오하게 다가왔다.'생각'한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정작 생각 속에 함몰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였을까...몰랐던 시인을 만나고, 가을이 오면 꺼내보고 싶은 시도 있었지만..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꽃들에게서 발견된 교집합은..계절보다, 인생을 떠올려보게 했다. 시라고 하기엔 조금 길었던 윤동주시인의 ''화원에 꽃이 피다'가 그래서 특히 좋았다.(중략) 봄이 가고,여름이 가고 코스모스가 홀홀히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은 아닙니다.단풍의 세계가 있고-이상이견빙지-서리를 밟거든 얼음이 굳어질 것을 각오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오는 것을 믿습니다 노변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