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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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있어 유니스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기계에게서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으려면 적당히 기름을 치고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도록 계단에서 거치적대는 물건을 치우기만 하면 족하다 하지만 유니스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멜린다의 말처럼 유니스는 살아 있는 존재였다"/43쪽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누가 범인인가를 추적하는 것을 미덕이라 생각했는데,범인을 밝히고도 긴장감 있게 이야기가 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활자를 모르는 것이 살해 동기가 될 수 있을까? 라고 묻는 다면,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받지 못한 경험이 있을수도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그녀가 저질렀다는 범죄 자체만 집중한 탓에,그것이 살인의 이유가? 라고 습관적으로 질문을 던졌다.그런데 <활자 잔혹극>은 추리 소설이란 느낌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던 건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재클린의 허영은 타인을 자신의 시선대로 해석한다.타인에 대한 진지한 시선이 있었다면, 그녀가 문맹이란 걸을 알았어야 했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고,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선의로 한 행동조차, 정말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자신의 비밀을 철옹성 처럼 숨기고 있는 그녀에게 '안경'이란 단어가 공포로 다가올 수 도 있다는 걸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비극은 늘 그렇게 숨어 있는 어딘가에서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문맹이 일으킬수 있는 가장 비참한 비극의 한 장면일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글을 읽지 못한다고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겠지만.. 반대로 그녀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한 재클린가족도 어느 면으로 보면..사람을 제대로 보려는 눈을 갖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활자를 읽지 못하는 것이 살인의 이유가 될 수 있나..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이해와 혐오에 대한 생각을 하며 읽다 보니..페이지의 마지막에 와 있었다.그리고 결말에서 조차 인간이면 누구나 하게 되는 이기심과 욕심이 그려져서 놀랐다.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건지도...) 우리에게 '이해'하는 마음만 있어도 지금보다 세상은 덜 혐오스럽게..아니 혐오..라는 단오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수도 있지 않을까..생각했다.


"그들은 이기적인 인간이 되지 않으려 애를 썼다.하지만 그들은 자일즈가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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