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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독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5
메리 웨브 지음, 정소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값비싼 독>을 읽으면서 최소 7번 놀란 것 같다. 영화도 아닌데,나도 모르게 허걱..하는 순간들이 예고없이 찾아온거다. 그때마다 '값비싼 독'이란 이야기에 감탄했다. 처음의 놀라움은 이 소설 가운데 가장 약한 놀라(?)움에 속할 정도라는 생각을 했다. 50페이지 가량 넘어간 순간에게 소설의 화자가 장애를 가진 여성이란 사실을 알았다. 이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느닷없이..커밍아웃 하는 듯한 기분에 놀랐고..비로소 그녀의 오빠가 동생을 결코 결혼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이유를 알았다. 다음으로는 기디언의 '벼락' 같은 기질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에 놀랐다.그러고 보니 3번째 놀라움이라 할 수 있는 비가일디가 저지른 화재..(그러나 소설 후반으로 가면서 나는 비가일디가 저지른 일이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는 놀라움의 경중이...높지 않다고 볼 수 도 있을지 모르겠다.무튼 벼락같은 기디언이 저지른 천륜(어머니에게 가한)은 숨쉬기 버거울 정도로 놀라운 충격이었다.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그의 기운이 결국 잰지스의 자살로 이르게 만들었다. 그렇게 벼락같은 기운을 쏟아내고 나서 그에게 찾아온 휴식(?)은 미쳐버리는 것일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런데 프루 시른이 바라본 그의 죽음에 대한 해석이 나를 또 놀라게 만들었다.(휴식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런 속박이라고는 없는 너른 공간을 차지하고 자기 농장과 자기 숲에 둘러싸인 호수의 요동치는 물결 속에서 마음대로 유영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409쪽 조금은 무거워 보이는 표지와 낯선 이름의 작가라는 선입견이 시리즈7편 가운데 읽기 가장 어려울 거란 예상과 달리 흥미로웠다. 마술적인 느낌도 전혀 없을 뿐더러..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사랑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가 절절하게 다가왔다..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어느 순간 '마녀사냥'에 관한 이야기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가일디가 불을 저지른 거라 생각했다.그리고 정말 그가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 처음에는 그다지 주요인물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마녀사냥을 조장하는 교회지기의 딸이..어느 순간 기디언 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내게 얼마나 겁을 줬는지 농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어요.나를 때리기까지 했죠.전 마녀인 그녀가 무서웠어요.자기가 사른의 안주인이 되려고 했던 거예요.누구든 끼어드는 걸 못 견딘 거죠.그래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보세요!(...)저 여자만 아니면 내사 사른의 아내가 되었을 거예요.저 여자는 마녀라 너무 힘이 세요!"/418쪽 안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누군가 마녀라고 외친다면 그렇게 말한 자의 입을 더 의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곱씹어 하게 되었다. 400페이지 가량 읽으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밝은 이야기라고만는 할 수 없지만..오늘날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녀사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해서 신데렐라 처럼 끝나는 결말조차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세상에는 프루 사른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는 이도 분명 있을 거란..믿음의 메세지로 읽혔기 때문이다."슬픈 얘기는 이제 그만(...)"/4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