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8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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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가 방에서 나가자 채리티는 흐느껴 울면서 침대 위에 털썩 쓰러졌다.긴 폭풍우에 이어 북서풍이 몰아쳤고 폭풍이 끝나자 언덕은 처음으로 황갈색을 띠었으며 하늘이 점점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 가는 동안 큼직한 뭉게구름이 눈 더미처럼 언덕에 드리웠다"/ 201쪽



'여름'이란 제목과 채리티의 감정을 '폭풍'에 대입하는 순간 비달디의 사계 가운데 '여름' 이 저절로 떠올랐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오히려 집중해 듣지 않았던 비발디 사계를 조금은 제대로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문학수칼럼 덕분이였다. 여름 악장의 격정적인 바이올린 솔로는, 폭풍이 밀려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표현한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양치기의 두려움을 온 마음으로 이해하기에는...알 수 없는 벽이 남아 있었다.바이올린 솔로의 절박함은 느껴졌지만 말이다. 그런데 연인(하니)에게 배신 당한 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점점 고조되는 채리티의 감정을 따라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발디의 사계(여름) 이 들렸다.(들리고 말았다^^) 양치기의 두려움과 채리티의 마음은 이유는 다를 뿐..자신에게 닥쳐오는 불안을 폭풍처럼 느껴고 있었다는 사실.오래 전 읽은 칼럼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부랴부랴 다시 사계 중 '여름'을 들었다. 여전히 채리티의 감정이 느껴졌다. 사실 폭풍 같은 순간의 감정을 상상하면..비발디의 사계는 매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테지만...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걸까. 비발디의 사계 '여름'이 자연스럽게 들린 것은 마냥 신기했지만 '경험'과 연결짓지 못했는데... 채리티의 운명이 자신의 엄마와 닮은 상황과 마주 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생각을 통해 이렇게 또 평행이론이 만들어지는구나 생각했다. "글쎄! 어머니를 그렇게까지 탓할 수 있을까? 그날 이후로 채리티는 어머니를 인간적인 감정이 조금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 왔지만 지금은 그저 불쌍하게 보였다. 어떤 어머니가 그런 삶으로부터 아이를 구하고 싶지 않겠는가? 채리티는 배속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자 쓰라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만약 덜 지치고 아이 때문에 몸이 무겁지만 않았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망쳤을 것이다..."/238쪽 ' 작품 해설 제목이 '순수에서 경험으로' 은 이유에 절대적으로 공감한 이유이기도 했다. 출생에 대한 고민 보다, 지루한 시골마을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던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은 인생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늘 사랑이란 혼란스럽고 비밀스러운 무엇이라고 생각해 온 채리티에게 하니는 사랑을 여름 공기처럼 밝고 싱그러운 것으로 만들어주었다"/165~166쪽 그러나 사랑이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자신을 버렸다고만 생각했던 엄마에게서 조차도 이해의 마음이 자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잔인한 건..이 모든 배움(?)이 누구의 가르침이나,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몸소 부딪히며 알게 되었다는 거다.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정말 없는 걸까? 그녀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것처럼 보인 순간..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걷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걸까.. 생각하며 응원하고 싶었다. 해서 다시 로열의 세계 속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불편하지 않았던 건... 여전히 앞으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였다. 로열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 보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고... 나는 그녀가 앞으로 잘 살아갈수 있기를 바랐지만..동시에 우리의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다는 걸 목격한 기분도 들었다.


ps 휴머니스트에서 기획 시리즈7탄은 '날씨와 생활' 이다. <값비싼 독>을 읽으면서 기디언의 성격이 '벼락'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꺼내본 이디스워튼의<여름>에서 '폭풍'을 만났다.. 이 책도 날씨..에 포함 시켜도 되겠구나 (혼자) 생각했다. 여름..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듯한 이야기..그래서 더 여름에 읽고 싶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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