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삶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게 다 '가뭄' 탓이라고 하면 가난도 용서가 되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용서가 되며..가난으로 몰아버린 정부에 대한 원망도 할 수 없는 걸까... 그냥 허공에 대고 무심한 하느님..이라고 원망하면..팍팍한 삶에 위로가 될까? 이름도 낯설고..소설의 무대는 더 낯설지만, 고야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한 이유가 궁금했다.무엇보다 휴머니스트에서 기획된 시리즈 덕분에 새로운 작가들을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 소설에 관한 '주제'도 언제나 보이는 것 너머의 무언가를 생각하게 한다. 벌써 시리즈 7편까지 나왔는데'날씨와 생활' 이란 주제역시 가볍지 않다. '메마른 삶'은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버거운 가뭄에 허덕이는 파비아누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정신과 육체가 메마라지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짧은 소설을 읽는데도 힘들었다.그만큼 소설이 매력적이란 뜻도 되겠다. 처음에는 가뭄을 피해 이주하는 가족의 고단함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가족들 각자의 시선으로 서술하는 방식이었다. 해서 당당히 표지를 장식한 Dog... 발레이아 시선이 흥미를 끌었는데, 해설에서도 그 분에 대한 언급이 있어 반가웠다. "발레이아는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중요한 역활을 맡고 있다.짐승이지만 작품 속 그 어떤 등장 인물보다 더 인간다운 또 한 한명의 작중인물로 빈곤가 기아에 허덕이는 파비아누 가족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한다"/173쪽 해설 가뭄과 기아문제가 소설에 실질적인 자양분이었던 건 맞지만..소작농과 지주 문제로 소설은 확장된다.자본과 소작농의 갈등이 될 수도 있겠고..기아가 허덕이는 시대에도 자본가들은 배가 부르다.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답답했는데..그래서 더 현실감있게 다가온 기분도 든다. 막연하게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파비아누 부부가 자신들의 무지를 자각하고 오히려 더 정신 차려리는 것이 아니라, 복종에 길들여져 있다는 현실...메말라 버린 땅바닥 만큼이나 답답한 순간들이다. 자신을 핍박한 이들에게는 당당히 나서지 못하면서.가족 같았던 앵무새와 발레이아는 죽이면서....이제 이러한 상황을 숙명이라고..운명이라고 받아들이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두 아이들은 정말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파비아누와 비토리아어멈은 나이 들어 결국 강아지와 같이 쓸모가 없어지만 발레이아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식들이 떠난 집에 남아 걱정만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161쪽 가뭄으로 메말라 가는 땅도 걱정이지만..영혼이 사라져서...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더 큰 문제가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