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의 야수
헨리 제임스 지음, 조애리 옮김 / 민음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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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진짜와 가짜(굳이 표현하자면...) 에 관한 그림을 떠올릴 때면 르누아르가 아닌가 싶다.그림 속 여인이 수잔발라동이란 사실을 알고..전혀 다른 인물로 그린..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을 통해 행복을 주고 싶었다는 화가의 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와 전혀 다른 인물이 그려진 걸 모델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까.. 헨리 제임스의 단편 '진짜'는 진짜와 가짜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거짓'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예술은 진짜를 그리는 게 아닌걸까? 예술이 부리는 속임수는 어디까지 허락된 것일까..에 대한 물음이..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의 연속으로 읽게 되었다. 눈속임 장르까지 있는 만큼 초상화는 정직(?)함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예술 세계에 있어서는 진짜..를 그대로 그리는 건 예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기저가 깔려 있는 모양이다."우리를 모델로 그린 저 그림은 우리와 똑같은데요"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그 점을 일깨워 주었다.실제로 이것이 그들의 결점이었다.모나크 부부를 그릴 때는 도저히 그들에게서 거리를 둘 수 없었다.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에 당최 몰두할 수 없었다.내 그림의 모델이 누구인지 남들이 알아 보는 일은 내가 바라는 바가 전혀 아니었다"/34쪽  그런데 또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 보자면, 모나크부인과 그의 남편이 모습이 너무 솔직해서 개성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 수 있는 거..아닐까.. 예술가들에게 모델은 단순히 똑같이 그릴 대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모델에게서 다양한 무언가가 풍겨져 나올 수 있는 아우라가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수잔발라동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그려진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굳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그녀의 외모가 아닌..사랑스러움을 해석해 낸..그림일수도 있으니까...그래서 예술이 어려운 모양이다. 눈앞에 대상을 놓고도..다양한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한 걸 보면.. 예술세계에서의 '진짜'가 갖는 의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했다. 보여지는 것 너머의 다른 것들을 찾아야 하니깐...가짜..일수록 찾아낼 것들이 더 많다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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