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 가는 길... 비툴거리며 남자가 걸어간다. 작정하고 누군가랑 부딪쳐도 상관 없는 것처럼... 뒤에서 조마조마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행인과 부딪치고는 고래고래..소리 지르는 상황을 목격(?)하며 살짝 무서웠다...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러 가는 길이어서 더 무섭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악..을 계속 악인으로 오독하고 있었으니까..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를 읽으면서도 유난히 '악'에 시선이 들어온 것도 어쩌면..악과 악인을 혼동해서는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뒤다르가 악에 대해 언급한 두 번의 대사가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났다. "(...)우리가무엇이 악이고 선인지 알기나 하나?그건 분명 편견에 불과해(...)"/143쪽 "(...)난 자연적인 것에 진정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네.모든 걸 나쁘게만 보는 사람은 불행하지.그게 바로 뭐든 따지는 사람의 속성 아닌가"/149쪽


영화가 주는 제목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는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상상을 했고..마음을 내려 놓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감독의 앞선 작품들은 모두 좋았지만...이번 영화의 앤딩은 솔직히 버거웠다.. 너무 심한 은유가 아닌가 싶어서..꼭 그렇게까지..라고 묻고 싶었던 건 내 속에 욕망이. 착한 욕망도 있다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 속에 감춰진 말은 '자연'이었던 걸까 생각했다.국내에 수많은 캠핑장과 글램핑장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자연은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충격적이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대한 명제가,지나친 과장법은 아닐까 생각했지만,악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그래도 앤딩은 버거웠다..기사에서 본 것처럼 '벼락같은 앤딩'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