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8
나카 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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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유로 천진난만함이나 쾌활함처럼 다른 아이들이 지닌 행복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아이답지 않은 아이가 진정으로 아이다운 아이로서 무아지경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움츠러들기만 하던 우울한 내가 태양 빛 아래서 얻을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아이다운 지식을 쌓게 되었고 형이 그토록 비난했던 나의 타고난 성질을 더욱 복돋아 키워서 훗날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게 되었으니 쇼린지 경내는 이런저런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특별했다"/179쪽

 

우연히 접하게 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시리즈가 마음에 들어 야곰야곰 읽고 있다. 시즌 6의 주제는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해서,음식과 추억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해서 이번 주제도 차례로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은수저>를 고른 건 소세키의 극찬이 있었다는 말과, 나카 간스케의 첫 작품이란 설명이 읽고 싶게 한 이유가 되었다.작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이, 책을 펼치고 읽다가..처음부터 놀랐다. 문체에 느껴지는 기분 탓에 당연히 화자가 당연히 여성일거라 생각했던 거다. 은수저에 대한 추억이 시작되는 부분에서..그만(편견을 거둬 내기란 쉽지 않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화자는 은수저를 보면서 어릴적 시간 여행을 떠난다. 자신에게 애틋했던 이모에 관한 이야기..그리고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계사탕에 관한 추억, 책상에 관한 이야기, 축제,그리고 친구가 생기게 되면서,이모의 관심에서 점점 친구들의 세계로 성장하게 된다. 이모 울타리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 했던 소년. 이모가 모든 걸 다해줄 거라 생각했는데..소년은 점점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된다...놀라운 건 어릴적 시간부터 청년으로 커가는 시간의 출발점을 은수저 하나로 시작해서 끝임없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에세이같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잔잔하면서 애틋하고,그러면서 웃음도 나고..언젠가 기억을 잘하는 사람들은 기억에 감정을 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이모를 떠올렸다면 저렇게 많은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올랐을까..은수저에 얽힌 이야기로 인해 이모와의 추억들이 학교생활과 친구 관계로..다시 형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 이야기였다. 인생은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무튼 성장하고 나서였겠지만..그렇게 될 수 있었던 자양분은 아주 오래전 부터 차곡차곡 앃인 덕분일터. 은수저 덕분에 잊고있었을지도 모를 이모를 떠올리게 된 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꼬리에 꼬리를 물고 추억에피소드를 쏟아내는 구성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은수저 만큼은 아니지만 형과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건..시간이 흐르면서 어린이에서 조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단계를 엿볼수 있어서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민들레 와인>이 떠오른 것도 기쁜일이었고, 소세키 선생과의 인연에 대한 짧은 글도 흥미로웠다.. 나는 고양이..가 재미없었다는 고백에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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