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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도련님>을 재미나게 읽은 건 분명한데, 기억나는 부분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아직 온전하게 읽어낸 것이 아닐수도 있겠다. 물론 이런 마음을 갖게 한 건 휴머니스트출판사의 영향(?)도 있다. '도련님'을 할머니라는 주제로 읽어낼 수 있을까.. 할머니(하녀)가 도련님에게 애틋함을 보여준 건 기억나는데.. 할머니 시선으로 바라본 도련님은 어떻게 읽어내게 될지...
"나는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기요가 우러러보였다. 교육도 받지 못했고 신분도 낮은 할멈이지만 인간으로서는 굉장히 고귀한 사람이다.지금까지 그토록 신세를 졌으면서도 별로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혼자 먼 곳에 와서 보니 비로소 그 친절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다"/57쪽
실질적으로 기요는 아주 잠깐 밖에 등장하지 않아 처음에는 놀랐다. 할머니라는 주제로 놓고 읽기에..너무 빨리 도련님과 이별을 하지 않던가...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 한 번씩 도련님의 회상으로 등장하는 기요를 통해 소설의 제목이 '도련님'이 된 것에는 기요할머니라는 멋진 조연이 있어서 가능한 건 아니였을까..생각했다. 심지어 기요할멈 이외에도 콕 찍어 '노인' 이 언급되는 부분이 꽤 여러 장면 있다. 이제 고작 쉰 밖에 안된 나이가 당시에는 노인에 속했다는 사실에는 충격을 받기도 했고, 도련님이 하숙하게 된 집 한 곳에도 노부부가 등장한다. 도련님의 혈기왕성한 의지를..단 한 번에 꺾어 놓는 내공(?)은 ..지혜라고 해야 할까..비겁함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살짝 혼란스러웠다. "비겁해도 월급을 올려준다면 얌전히 받아두는 게 득일 텐데유우.젊을 때는 자주 욱하는데 나이를 먹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때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화를 내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고 후회하게 되는 거거든유우(..)"/120~121쪽 '도련님' 을 다시 읽으면서, 도련님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더랬다. 기요 할머니 덕분에 도련님의 줄거리는 분명하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할머니.주제로 '도련님'을 읽어낸 덕분에..그러나 정작 도련님을 할머니..세계로 포함시켜야 하는지에는 의문이 약간 든다. 기요할머니는.. 할머니로써의 지혜가 있었다기 보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어떤 연민의 마음을 가진 인물이 아니었을까.. 물론 오로지 도련님에게만 집중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해서 여전히 왜 도련님을 위해 살고 싶어했을까... 싶다. 애송이 같은 젊은이에게 울타리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처음 읽을 때는 정의롭지 않은 인물들이 판을 치는 모습에 힘들었는데..할머니세계로 시선을 돌려도 크게 달라진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수동적인 인물일거라 생각했던 기요할멈의 존재가 ..울타리 같은 존재로 보이게 되었다는 사실... 에 놀랐다. 소설을 읽고 한 참 지나 <도련님의 시대>를 선물 받아서, 몰입이 잘 되지 않았는데..이번 기회에 다시 만화버전으로 출간된 <<도련님의 시대>>를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