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e made up my mind, 이제 결정했어.
Don't need to think it over 다시 생각할 필요도 없어.
If i'm wrong, i am right 만약 내가 틀린건지 맞는건지
Don't need to look no further, 더 볼 필요도 없이,
This ain't lust 이건 욕망이 아니야.
i know this is love 나는 이게 사랑이란 걸 알아.
But, if i tell the world 그렇지만 내가 온 세상에다 대고 말한다 해도
i'll never say enough 충분하지 않아.
'cause it was not said to you 왜냐하면 너한테만은 말을 못했으니까.
And that's exactly what i need to do 바로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인데
If i end up with you 만약 내가 너랑 끝까지 간다면


Should i give up, 내가 포기해야 할까.
Or should i just keep chasin' pavements? 아니면 계속계속 이 길을 걸으면 될까?
Even if it leads nowhere 이 길이 무의미해도
Or would it be a waste 괜한 짓이라 해도
Even if i knew my place 설령 내가 갈 곳을 안다 해도
Should i leave it there 그곳을 가야만 할까
Should I give up, 내가 포기해야 하는건지
Or should I just keep chasin' pavements 아니면 그저 계속 이 길을 걸으면 되는건지
Even if it leads nowhere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다 하더라도.

i build myself up 갈피를 잡았어.
And fly around in circles 그리고 주변을 빙빙 돌다가
Waitin' as my heart drops 내 심장이 떨어질 때 까지 기다리다가
And my back begins to tingle 그러다 등이 아릴 때
Finally, could this be it 마침내 그렇게 되겠지.


Or should i give up 아니면 내가 단념할까.
Or should i just keep chasin' pavements 그냥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하나
Even if it leads nowhere 그 길이 무의미해도
Or would it be a waste 괜한 짓이어도
Even if i knew my place 내가 갈 곳을 내가 안다 해도
Should i leave it there 그곳으로 가야만 할까


Should i give up 내가 포기해야 하나.
Or should i just keep chasin' pavements 아니면 그저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야 하나
Even if it leads nowhere 그 길이 무의미해도
Or would it be a waste 괜한 짓이어도
Even if i knew my place should i leave it there 갈 곳을 알아도 그곳으로 가야 하나
Should i give up 내가 포기해야 할까
Or should i just keep on chasin' pavements 아니면 이대로 계속 걸어야 하나
Should i just keep on chasin' pavements 그저 이대로 계속 이 길을 따라 가야 할까

 

-Adele, Chasing pavement. from "19"

 


















 

 


2008년 1월 29일, 이 노래가 담긴 이 음반이 발매된 날짜.

2011년 9월 22일, 링크의 저 공연이 있었던 날짜, 로열 앨버트 홀.

2013년 3월 21일로 넘어가기 직전의 20일 밤. 지금 이 시각. 봄을 시기하는 겨울이 건재함을 알리는 시기. 봄눈이 내리고 기온이 하강하고 기압도 떨어지고 빗방울이 눈송이가 하지만 마침내 햇빛에 사라지는 날. 


 


 

높은 건물의 창가에 기대어 손에 뜨거운 머그잔을 들고 안에 든 무언가를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누군가 무단횡단을 한다. 도넛 배달을 하는 트럭 지붕에는 커다랗게 도넛 그림이 있었고 멀리 검은빛 새가 날았다. 낮게 깔린 하늘을 배경으로 누군가는 길을 가리키고 누군가는 길을 물었다. 저렇게 해서 알 수 있을 정도의 길이 적당했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질문과 그것을 답해주는 이의 목소리가 적당히 정답기를 바랐다. 세상은 다채로웠다. 

 

 


 사람은 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고 그 시간은 길지 않다. 

 급히 묶었던 신발 끈. 지나치게 큰 소리를 내며 닫았던 문. 그럴 필요 없었던 모질었던 순간.  그 시간에는 길잃은 자의 의지가 있었다. 무언가를 더듬어서라도 문을 열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아델의 목소리는 그런 목소리이다. 무언가를 결심하기 전 마지막으로 망설이는 사람의 그림자이다. 이제 결정했다는 문장 뒤를 잇는 모든 문장 속 주어 I는 모두 다 소문자였다.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던 목소리인데 끝없이 질문할 때에는 그렇지가 않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있을까. 아니면 나만 이럴까. 죽도록 우물을 파다 우물 속으로 들어가 헤어나오지 못할까. 너무 큰 소리를 내며 닫아버려서 이제 그 문 뒤에서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아닐까. 급히 뛰느라 어디를 뛰는지 몰랐는데 어느 순간 마녀 유바바가 나타나면 어쩌나. 모든 것에 확신이 없어질 때 질문을 하는 자도 자신이어야 하고, 질문을 받는 자도 자신이어야 한다. 나이도 잠시 잊고, 국적도 잊고, 인종도 잊고, 그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비로소 아델이 보인다. 주어를 모두 다 소문자로 써야 했고 확신은 하는데 말할 수 없고 어디까지 걸어야 할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 사람이 보인다. 

 

 



 그 이전의 찬란했던 기대가, 설렘이 불안으로 바뀐 아델의 검은색 앨범, 19가 보인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구르다가도 어느새 길을 걷게 된다. 길잃은 자들의 송가, 방향을 찾는 자의 나침반. 그것은 당시 아델의 경험대로 사랑일 수도, 사랑 이외의 모든 어떤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죽어가고 길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으며 질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단지 시간이 무척 짧다는 것. 때로는 서두를 수도, 때로는 지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끝이 언젠가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혹은 설렘 탓에 우리는 '끝없는 듯한' 이라는 케케묵은 문구를 종종 불안하게 떠올린다. 그래서 다시 길을 걷는다. 그 길이 어떤 길일지, 어떤 갈래가 될지, 돌아보거나 내다보려 하면서. 

 

 

 

 강렬한 기대, 헛헛한 결과. 

 자신에 대한 실망, 남는 것 없는 시간.

 내가 정작 가장 끝없이 강력히 지금까지도 싸워오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가장 나중 지닌 것을 떠올릴 수도 없는 순간. 

 나는

 그러니까

 이를테면



 길잃은 개를 보고 불쌍해서 안고 회사 사무실까지 데리고 들어가 우유를 주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날개를 다쳐 길에 떨어진 나비가 불쌍해서 화단에 옮겨준 다음 그 다음 날 그 길을 지날 때 다시 확인해 보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나무에서 야옹거리며 울기만 하는 작은 아기 고양이를 꺼내어 주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정기적으로 지구 건너편의 누군가를 후원하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밤마다 어느 배우의 음성을 밤새 들으며 자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뜀틀을 가볍게 넘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아침마다 노란 원형 통에 든 물고기 밥을 물고기에다 주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폭풍우 치는 밤, 연못에 있는 물고기들은 어쩌나 걱정은 되는데 무서워서 나가보질 못하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즉, 나는 모든 내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라고 말한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왜 꼭 고을의 원님들은 한밤중에 혼자 호롱불빛 아래 앉아있다 묘령의 넋을 만나나. 그것은 인생의 지리멸렬한 클리셰였다. 얘야. 공부하지 않으면 성적이 나쁘단다. 숙제를 게을리해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말씀이 그리웠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모든 목소리가 나는 그리웠다. 내가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이 끝도 없는 길을 계속 걸어야 할까. 이제 마음 좀 잡았는데, 내 심장이 땅에 떨어질 때까지, 내 등이 아플 때까지 이러다 보면. 이렇게 노래하는 아델이 그리웠다. 나는, 이라고 계속 말하고 싶었다. 주어를 강렬히 살리고 틈을 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말하고 싶은 경우가 내게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늘 그 말을 꼭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추측에 그칠 뿐인 허무하고 완벽한 날들.


 


 그 모든 측은지심은 어디로 갔나. 다른 무언가를 누군가를 애타게 걱정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생각한 주제넘은 욕심은 어디로 갔나. 모두 다 나였다. 그러나 모두 다 내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 나는 그리워하고 애태우다 아직도 내가 나에게 뭔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부적처럼, 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트럼프 여왕의 미소처럼 지닐 수밖에. 그러면서 꼭 신발 밑창 아래 천 원짜리 한 장 숨긴 거지처럼 살아있다. 시인의 섬세한 관찰력, 끊이지 않는 노력의 결실을 읽으면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운 구석이 더 많으며 그걸 망치는 건 오로지 나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메리 올리버는 그 무엇도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간결하다. 아는 체 하지 않는다. 젠체하지도 않는다. 어떤 무엇을 모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메리 올리버는 자기 자신을 척도로 삼는다. 천천히 들여다본다. 함부로 손내밀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옆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잠시 부는 바람이 아니다. 끝을 짐작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대양에 이르는 강물처럼 그녀의 시는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섹션의 스티브 도빈스가 평했듯 그녀의 시는 기분전환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문학이다. 이러한 은유와 환원, 관찰과 노력은 친절하고 다정한 안내이다. 길을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고 끝없는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을 때면 나는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고 싶어질 것 같다. 문학은 이렇게 기댈 어깨를 내어준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문 열쇠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어. 난 거미를 조심스럽게 창문에 올려놓고 나뭇잎을 조금 줬어. 그녀가(만일 암놈이라면) 거기서 바람의 그리 부드럽지 않은 말을 듣고, 남은 생을 계획할 수 있도록.


거미는 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었어. 밤에 어떤 모험을 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낮에도 움직일 수가 없었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잠든 것이었는지, 모르겠어. 


 이윽고 거미는 작은 병 모양이 되더니, 방충망에 위아래로 줄 몇 가닥을 만들었어.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떠나 버렸어.


 무덥고 먼지 낀 세상이었어. 희미한 빛이 비치는, 그리고 위험한. 한번은 작은 깡충거미가 현관 난간 위를 기어가다가, 내 손에 들어와, 뒷다리로 서서,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초록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모았어. 너는 그게 아니라고 하겠지만 진짜로 그랬어. 따뜻한 여름날이었어. 요트 몇 척이 항구 주변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항구는 뻗어나가 대양이 되지.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누가 알 수 있겠어. 열쇠구멍의 작은 거미야, 행운을 빈다. 살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라. 


-메리 올리버 산문시, '괜찮아?'


 

 

 


 

 




 

















 


 

 



 그러다 잠시 떠올려 본다. 내가 낮에 갔던 그 길은, 그 장소는, 내가 잡았던 머그잔은.




 지금 어둠 속에 가만히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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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3-2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쟌님.
인용해주신 산문시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읽은 기억이 없어요. 분명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었는데 말이지요. 이 책에 이런 시가 있었던가? 왜 나는 몰랐지? 하고요.

22쪽에서 왜 생각났는지 알겠어요? '날개를 다쳐 길에 떨어진 나비가 불쌍해서 화단에 옮겨준 다음 그 다음 날 그 길을 지날 때 다시 확인해 보던' 쟌님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아귀가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쟌님이 생각났어요.

Jeanne_Hebuterne 2013-03-25 09: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그 사람은 사라졌어요. 그래서 잠시 그리워했지만 없는 것을 다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크아이즈 2013-03-2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뷔테른님, 노랫말 빼고 일곱 째 단락 자화상 묘사 부분 넘흐 좋습니다.
저도 이런 글 쓰고 싶어요. 절대 쓸 수 없겠지만...
이래서 님 글이 무조건 좋다는^^*
(좀 말이 안 되나? 이유가 있는데 무조건 좋다고 말하니 ㅋ)

Jeanne_Hebuterne 2013-03-25 10:04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측은지심을 몽땅 잃어서 저런 사람이 없어져버린 것이 아주 조금 안타까웠어요. 아마 그 안타까움이 2% 가량 남아있어서 팜므느와르님께서 그 부분이 좋다고 생각해주셨지 싶습니다.
없는 걸 끄집어낼 수 없는 노릇이지만 좀 끄집어내려고 노력하면 일말의 희망이 보이려나, 생각해본 월요일입니다. 한 주 잘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