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minster Legacy - Chamber Music Collection [59CD] [세계 최초 한국 1000조 한정반]
바렌보임 (Daniel Barenboim) 외 / Westminster / 2012년 9월
절판




1000조 한정 세트. 웨스트민스터의 박스반. 1949년 런던 출신 뉴요커가 설립하여 1950년 첫 발매를 시작으로 1970년대 마지막 발매를 끝으로 더는 나오지 않는 음원이 일본의 MCA에서 낱장 발매되다가 두 달 전, 한국 라이센스, 박스반으로 발매되었다.






웨스트민스터의 초기 녹음들은 대부분 스위스에서 이루어졌으나 이는 1950년대 '메이저 마이너' 레이블의 선두주자였던 웨스트민스터와 비엔나 콘체르토하우스와의 상관관계 때문이었을 거라는 업계 관련자들의 말이 있다.
피아니스트 Jörg Demus, Paul Badura-Skoda, Nadia Reisenberg, Reine Gianoli and Edith Farnadi, 바이올리니스트 Peter Rybar, Jean Fournier and Walter Barylli, Vienna Konzerthaus Quartet과 지휘자Hermann Scherchen 등이 웨스트민스터 레이블을 거쳐 갔다.






이 박스반 속 음반들은 하나같이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한 장씩 꺼내어 듣노라면 초기 녹음은 닐카롭고 예리하다기보다는 부드럽고 섬세하며 친근하다. 음질에 신경을 쓰는 이들에게도 '친절한 소리'를 들려준달까. 따뜻하고 친절하다.




속지에 등장하는 전 객석 편집장, 류태형의 글. 웨스트민스터의 역사에 대해 17 페이지가량을 할애하여 설명하는데, 이 레이블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더 상세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레코드판의 미니어처 복제품을 만난 듯한 느낌. 모든 것이 똑같다. 두꺼운 종이의 케이스, 음반 보호 비닐, 재생했을 때의 날카롭지 않은 뭉근하고 따뜻한 소리까지. 다른 것은 단 하나, 이 안에 든 것이 CD라는 사실 뿐.

이 겨울,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클라리넷 퀸텟을 레오폴트 블라흐의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 지금보다 지역색이 또렷했던 시절 빈의 느낌.

'빈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전설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레오폴트 블라흐(1902~1956)는 빈 음악원을 나와 1930년부터는 모교 교수로 후진을 양성했다. 그의 클라리넷은 빈 풍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풍만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절제가 돋보이며 가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박스 속지의 글 부분발췌(54페이지)

추운 겨울, 김이 서린 창문을 바라보며 따뜻한 홍차와 귤을 먹는 느낌. 옛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지금은 연주자, 지휘자의 지역의 색채와 느낌이 많이 줄었으나 그 당시의 확연했던 또렷한 경계선. 레오폴트 블라흐는 무리하지 않고 부드럽고 매끄럽게 그것을 펼쳐 보인다.







앨범 넘버링은 표지 앞뒤에는 없고 표지 등을 세우면 드러난다. 이미 그러하지만 아마 컴팩트 디스크도 곧 사라지겠지. 레코드판을 복원하여 날카롭지 않은 옛 소리를 찾는 느낌이 십 년 후만 되어도 다른 대상으로 변할 것이다. 클래식은 현존하는 모든 음향을 불러 모은다. 더 이상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이미 음이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소리는 어렵다는 어느 로커의 전언에만 깃든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LP판을 CD로 복원하여 재생한다. 당연히 CD도 무언가로 대체되겠지만 나는 아직도 연주자의 이름, 레이블, 녹음연도가 찍힌 정보와 해석의 여지를 주는 CD 재킷의 앞뒤를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더 선명한 느낌은 손쉽게 얻을 수 있겠으나, 지금 얻을 수 없는 것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음의 균형, 단일 마이크로폰을 쓰는 기술. 이를테면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손쉽게 보았던 이런 레이블의 마크를 이제는 얻을 수 없어 이렇게 박스반이 나오면 사람들은 집에서 그때의 연주를 들을 것이다.




'외르크 데무스, 프리드리히 굴다와 더불어 빈 삼총사로 불리는 파울 바두라 스코다는 1927년 태어나 빈 국립 음악원을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에트빈 피셔를 사사하고 푸르트뱅글러와 카라얀 등 유명한 지휘자와 협연했다. 섬세하고 낭만적인 연주에서 학구적인 녹음까지 폭넓은 음악성을 보여주었다. '-속지 부분발췌(45페이지)

첫 번째 음반의 뒷부분. 웨스트민스터 옆의 1996 MCA Record.




덧붙이기-박스 뒷면에 이런 종이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보너스 디스크는 클라라 하스킬의 스칼라티 피아노 소나타,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월광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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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11-2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니 꼭 이 음반을 사야 할 것 같아요.

Jeanne_Hebuterne 2012-11-27 09:37   좋아요 0 | URL
blanca님, 이 얼마만이에요!!! 정말 반갑습니다!!!

클래식을 즐겨 듣는 이들은 라이센스반은 구매를 기피하신다든지, 가격도 비교해 보시고 하던데, 이 박스는 사는 것이 좋다는 조언에 힘입어 샀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음반들. 가격이 좀 부담스러웠는데 희소성을 생각하면 괜찮아 보였어요. 저 박스반에 든 음반이 장당 삼만 원 가까이(그것도 다 구할 수는 없대요) 일본 레이블에서 팔리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옛날 소리가 들려요.

oren 2012-11-27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그대로 소장용 박스세트네요.
긴긴 겨울밤 곶감 빼먹듯이 하나하나 빼들고 '지나간 네 개의 계절들'을 오롯이 음미하면서 들을 수 있다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Jeanne_Hebuterne 2012-11-28 15:30   좋아요 0 | URL
oren님! 네, 오래오래 갖고 있다가 생각날 때 하나씩 들으면 좋을 듯 합니다. 지나간 네 개의 계절, 하니 사계가 생각나요. 어느덧 또 네 개의 계절이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