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와 키에슬롭스키. 쥘 에 짐. 밀란 쿤데라와 뒤라스.
네가 내게 심어다준 것들.
당신은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았던 사람.
아침을 음악으로 오후를 홍차로 시작하던 사람.
에스프레소 안에 설탕을 넣고, 다 마신 다음 설탕을 따로 긁어먹던 사람.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음악으로 가져다준 사람.
고양이보다 개를 좋아했던 사람.
멀리 멀리서 나를 보러 오는 길을 너만의 실크로드라고 이름붙여준 사람.
미지근한 맥주를 밤새 마시고 길을 같이 걸어준 사람.
딱히 무엇을, 보다는 여전히 곁에서, 를 지켜보여준 사람.
멀리서 보이던 너의 그림자 너의 냄새.
너는 내게 가장 성실해준 사람.
오늘은 너만 기억하는 날.
오늘은 너의 기일.
너의 사무치는.

나는,
잊지 않는다. 너에 대해서라면 나는 잊는 방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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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11-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셔서 반가웠는데 글이 너무 슬퍼요.... 여긴 지금 지금 폭우가 옵니다. 쟌느님.

Jeanne_Hebuterne 2019-12-22 04:0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제가 게으르게 가끔만 들러도 여기 있어주셔서, 고마워요 :)

moonnight 2020-02-16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님 달밤입니다. 비오는 일요일이에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잔님 글 읽고 싶어서 왔는데.. 슬픈 일 겪으신 잔님의 마음을 감히 생각해봅니다. 좋은 하루 보내셨으면..

Jeanne_Hebuterne 2020-02-23 09:05   좋아요 0 | URL
달밤님,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있지요. 그냥 이런 말들이 참 좋아요. 그저 이런저런 일들, 이라고 말하게 되는 과정을 어쩐지 달밤님은 알아주실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언제나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