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나의 화두는 남자 그리고 결혼, 사랑. 인류가 살아오며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노래하는 주제. 그만큼 나도 이제 나이가 차서 그런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곤 한다. 쌍코 결혼방에 들락날락 하다보면 남자 보는 눈이 냉철해지게 마련이다. 조금은, 아니 많이 현실적이게 되더라. 업소 즐기는 남자는 물론이고 한번 손찌검 하면 바로 도장찍어야 하며, 시누를 비롯한 가정환경이 중요하며 열등감 있어서도 안되고 경제력도 중요하고 등등등등....... 그러다 소설책을 보다 보면 순간 로맨티스트가 되는 것이다. 나도 책을 읽다가 김장우와 결혼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 판단했고, 진진이 김장우와 형 부부를 만났을 때 그 따뜻한 가정 분위기에 주책맞게 눈물까지 흘렸지 않는가.. (아, 내가 결혼할 때 따지는 조건은 경제력 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가정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 소설책 읽는 재미를 알아간다. 특히나 여류 작가의 글은 더욱 좋아. 은희경 이후, 절절이 와닿는 이야기를 하는 작가를 찾아내어 기분 좋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작가의 책을 다 읽어봐야지. 진짜 독서를 위해.

자 이제 메모질을 시작해야지.

   
 

 그리고 뒤에 더 이상 이을 말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 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그리고 뒤쯤에 삶의 부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단조로운 삶은 단조로운 행복만을 약속한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다.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잇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기를 바란다. 파란만장한 20대, 하지만 '깊음'이 여태껏 없었다.

그리고, 진부할 수도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나는 그렇게 공감 될 수가 없었다. 마치 사랑의 정의를 처음 접하는 사람처럼.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때도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 슬픈 사랑의 노래들 중에 명작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가는 차마 이별하지는 못하지만 이별을 꿈꾸는 모든 연인들을 위해 수도없는 이별을 대신해준다.  
   

또 어쩔땐 새로운 통찰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이랬으면 좋았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새로운 통찰이지만 동감하는 것은 나 또한 여태껏 그렇게 느끼고 있었으나 문자화 아니 사고화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일것. 이런 점에서 책 읽기는 즐겁다 +ㅁ+ 이히 이히히힣 ㅣ우흐하하 아하하 아 지랄 그만하고.

사랑에서 이젠 행복과 불행에 대한 통찰.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당연히 이모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살을 터닝 포인트로 이모보다 엄마가 행복할 수도 있구나 하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가지게 되는 의문. 왜 당연히 이모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거지? 경제력, 자녀교육, 가정적인 남편, 젊어보이는 외모? 물론 네가지는 모든 여성들은 물론 보편적인 사람들의 행복의 척도. 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란 것을 왜 난 잊고 살았는지 그게 서럽다. 시인처럼 청아하고 고아하게 남아있으려 했는데 이미 사고의 영역까지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질되버린것이다. 휴. 여하튼 다시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행복의 척도는 무엇인가.

그리고 찌꺼기들

   
  어쩌면 돈보다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슬픈 일몰의 아버지ㅡ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 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풍겨오고.. 그러면 그만큼 돌아오고 싶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거야.  
   
가끔은 소설도 문장의 아름다움을 읽어내는 데에만 집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 있는 것이었다.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 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촌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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