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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글을 썼든, 읽어내리는 독자는 아픈 기억에 대한 혹은 힘든 상황에 대한 위안을 얻어 가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남자와의 이별을 감내했다. 사실상 힘든 부분은 이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남자와의 관계의 성질에 있었다. 단지 그 사람은 나를 성(性)적 노리개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멀리 떨어진 순간 시들해 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힘든 부분은 관계의 성질에서 더 나아가 나는 그 사람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난 그 해답을 은희경의 소설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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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그녀가 소녀시절에 당한 그 처음의 일 때문에 아줌마는 그것이 필연이라고 생각하고 그 남자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것은 우연히 그녀에게 닥친 일이지 필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우연을 필연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 그녀의 삶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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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난 쓰레기에게 잘못 걸린 것일 뿐이라고. 단지 한 번의 우연일 뿐이라고.
한국만큼 순결성에 의의를 두는 이상한 국가도 없다는 자기위안을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한 이야기니만큼 책으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는것은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익명의 블로그가 있다는 것은 참 마음 편한 일이다. 어느누가 세상 사람들 읽으라고 이런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