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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ㅣ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세계명작
막스 뮐러 지음, 도희서 엮음 / 꿈꾸는아이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류는 시시콜콜하고 어차피 허구라, 즐겨읽지 않는다. 사랑이야기는 소모적이기 쉬워 즐겨찾지 않는다. 그나마 한두어권 즐겨읽는 소설이라면 적어도 작풍성은 인정받은 고전인데, 역시 선택하길 잘 한것 같다. 독일이란 국가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더 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처음엔 감상의 서술 위주인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지루했다. 그러다 32p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면, 그 때부터 어린아이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중략... '우리의 눈은 빛을 잃고, 우리 자신은 시끌벅적한 거리를 심각하고 지친 표정으로 스쳐 지나간다. 인사도 잘 하지 않는다. 인사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을 경우, 우리 마음이 얼마나 상처입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일단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알기 때문이다'를 읽고 이 책이 그저 지루한 감상의 나열이 아니라 인생의 진리를 읊고 있는구나.. 하는 통찰을 하고 눈여겨 읽기 시작했다. 감동은, 이 책의 가치는 소년과 마리아가 재회하는 일곱번째회상에서 극에 달한다. 어찌보면 지나친 형이상학적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막스 뮐러의 필력은 이 진부한 이야깃거리로 빛나는 소설을 써내었다. 130p '우리는 수많은 생각을 품고 있찌만, 어휘력이 부족해서 표현은 아주 조금밖에 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한 마디 한 마디에 다 많은 생각을 담지 않을 수 없지요.' 이것은 내가 여태껏 고민해왔던 문제가 아닌가. 이 것은 185p 옮긴이의 말에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의사전달 수단이 몇이나 될까? 말, 글, 노래, 몸짓, 웃음과 눈물, 표정... 생각해 보면 그다지 많지 않은 정해진 기호들을 가지고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하도록 훈련받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몇가지 되지 않는 표현 방법 안에서도 그것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기표현을 하면서 살아가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이 책의 주제적인 면, 스토리적인 면은 충분히 감상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작가의 내용 전개 방식에 익숙해지고 몰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허나, 언어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idea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독서였으며. 추후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시한 번 더 읽어보도록 하겠다. 원가가 7000원 정도인데, 울산 현대백화점 내 영풍문고에서 세일가 3000원에 이 시리즈 네 권을 샀다. 아 좋아. 왜 절판이지? 이 좋은 책이. 하여간 출판되지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많은 텍스트들도 아까운 마당에, 좋은 책들이 절판된다는건 더 가슴아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