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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농장의 복서의 모습을 보고 무한한 연민을 느꼈고, 돼지들의 모습을 보며 치를 떨었으며, 비정규직을 읽고 현실을 파악하고는 전태일을 집어들었다. 2008년, 전태일이 원했던 문제는 해결된 듯 보이나 비정규직의 문제로 가진자는 강자고 못가진자는 약자라는 것이 이 사회의 뿌리깊은 기정사실이며 진리인 것을 감출 수는 없다. 그가 불꽃아래 산화한지 28년이 지났다. 하늘에서 그는 현대의 노동실태를 보고 만족하고 있을런지.
책읽는 내내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면 전태일의 작문실력과 깊은 생각이었다. 공식적으로 그가교육받은 기간은 매우 짧으며 그것도 중학교 수준에 한정되어있다. 그러나 그는 동갑인 나보다, 명색이 대학생이고 책도 꽤 읽었다는 나보다 훨 연배같은 심오한 깊이를 가졌다. 그에 대한 해답은 81p에 잘 나와있다. "현실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사다. 스스로의 심장으로 느끼고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었던 사람이야말로 교과서와 위인들의 권위에 의존하고 그에 왜곡되는 일 없이 현실을 생생히 볼 수 있었고 자신의 인간성을 열렬히 지킬 수있었다." 아. 이제서야 수긍이 간다. 나의 불환전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내 스스로의 의견을 밝히기 보다는 누군가의 견해를 인용하여 그의 그림자에 숨어들곤 했었고, 내 세계관과 견해에 자신이 없었기에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내 세계관이 주체성이 없이 수이 흔들렸던 이유를, 책 한권 문장 한 줄에 나라는 사람의 견해가 그렇게 흔들린 이유를 이제야 알 만하다. 무릇 교육이라는 것이 깨어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며 깨어있는 사람은 반드시 교육을 필요로한다고 생각했었으나, 교육이 한 인간의 개성을 빼앗을 수 있고, 세상의 모진 현실로부터 깨쳐 자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방패'가 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덧붙여. 솔직히 전태일열사는 작문에는 실력이 뛰어나나 소설은 글쎄... 현실이 워낙 각박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