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산책하면서 이것 들었는데
한 출연자가 맑스의 박사학위논문이 대단히 놀라운 문서라면서
주제는 고대 원자론, 데모크리투스와 에피큐로스의 원자론에 관한 것이고
맑스가 논문을 쓰던 당시의 확립된 의견은 데모크리투스의 원자론을 후대의 에피큐로스가
표절하면서, 표절하더라도 발전시킬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더 나쁜 것이 되게 했다는 것이었으나
맑스가 이 의견을 전복한다는 얘길 했다. 흔히 그렇게 여겨졌지만, 실은 에피큐로스의 원자론이 더 발전, 심화된 논의임을 보여준다고. (지금 검색을 해보니 <데모크리투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이 나와 있다...)
스물 한 살, 스물 두 살 즈음 씌어진 이 논문에서
맑스 사상에서 핵심적이 될 아이디어들이, 모순, 소외 같은 아이디어들이 이미 등장하며 발전되고 있다 전하면서
그 출연자,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경이감을 느끼는 듯했다.
19세기 서양에서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21, 22세에 박사 논문 씀. ㅋㅋㅋㅋ 하아. 나는 이게 가장 먼저 놀라웠다.
21, 22세에 학부 입학함. ;;; 그러기도 하는 판에. 사실 그가 평생을 심화시킬 개념들이 이미 그의 박사 논문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이런 일도 아주 드문 일 아니겠지만, 뭔가 신비로운 일이긴 하다. 정신적(지적) 기질, 정신적 운명. 이런 것. 결국 자기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사상가라는 평가도 출연자들이 하고 있던데, (시대와 선택 사이에서) 결정되고 또한 초월되는 무엇. 하여튼 그런 것.
*오늘은 일찌감치 7문장 써서 오늘치 쓰기를 충족.
아도르노의 니체 해석(<도덕철학의 문제들>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바슐라르식 읽기 관점에서 비판하는 문단들을 몇 개 쓴 것인데, 새삼 바슐라르는 이런 비판을 (어쨌든 문학 상상력 저술들에서는) 아예 단 한 번도 하지 않는다는 점 생각하게 된다. '이건 잘못 읽는 겁니다!' 이런 비판. 전혀 하지 않는다. 자기 식으로 읽고, 자기 식으로 기쁘게 행복하게 깊이있게 읽기. 이것만을 한다. 물론 가끔 아주 우회적으로 남들을 나무라기도 하는데 ("철학자들만이 1층에 살도록 처단되는 것일까!" 같은), '이건 틀린 거죠....' 이런 식은 아예 없음.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 ㅋㅋㅋㅋㅋ 없음. ;;;;; 가능성의 조건부터 만들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