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팟캐스트에서 소개된 책은 이것.
영국의 인지과학자라는 가이 클랙스턴의 책.
육체가 수행하는 지성... 되찾기를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제목만으로 충분히 책 소개가 되는 책인듯.
전화한 청취자 중 한 분이 "나 전쟁 때 다섯살이었어요"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던 말: 내 딸 친구가 소개한 정신과 의사에게 갔는데 오피스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이 혼미하고 눈물이 쏟아져서 그 날 의사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했다가 내 딸이
혹시 거기서 어떤 냄새가 났느냐 물었는데 그 순간 기억했다. 2차 대전 당시 공습이 있으면 들어가던 지하실.
오피스에 들어갔을 때 날 압도했던 게 그 당시 지하실의 냄새와 느낌이었다. 실제로 오피스가 지하에 있기도 했다.
이런 말을 두서없이, 끊기는 문장들로 하다가 순간 오열하고 무너지면서
"나는 전쟁 겪고 공습 당하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 할머니 곧 수습하고, 아무튼 몸이 하는 기억이라는 게 그토록 오래 가고 생생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을 맺긴 했다. 그런데 저 말 하던 때, 말의 내용과 거의 별개로 '진실' 이런 것이 침입한 순간이었음.
이 노인 청취자와 같은 취지로 캐나다의 젊은 남성 청취자가
어렸을 때 강제로 아버지의 캐나다 오지 산행, 모험에 동참해야 했는데 그 경험이
어딜 가든, 특히 숲 속에서 자신의 엄청난 육감을 길러주었다고 했다. 절대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어디로 가면 나갈 수 있을지 자기 몸이 안다고.
정말? 이건 납득되지 않는 걸?
사실 바슐라르의 문학 상상력 저술들 전부가 한편 육체의 지성... 을 탐구하는 내용이고 그것의 되찾기 요구하는
저술들이다. '신비주의'처럼 보일만한 대목들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기도 하고, 바슐라르가 하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자주 급진적인) 얘기들에 대해서, 근거를 대라면 그러게 근거는 어디 있을까...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기도 하다. 서양 철학사 전반을 안다면, 철학사를 검토하면서 바슐라르 작업의 의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누구 이론의 변형이고 누구 이론의 반박이며 누구 이론의 확장이다..... 식으로. 그러나 내가 그러려면 내게 다섯 번의 생이 주어져야 할 것 같고.
하여튼 바슐라르 저술들에 대해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이런 책이 나왔고 이런 책이 대중적인 서평 팟캐스트에서 소개되는 걸 들으면서
안도감 같은 것이 들었음. 이 책도 바로 구해보려고 하고, "근거를 대라..."고 누가 요청한다면 이 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치 쓰기는 조금 초과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