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탐색이 자기탐닉이고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이 되는 사례로 이 책 꼽을 수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 책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기탐색이 아니다. 자기탐닉만이 일어난다. 

진정 자기탐색한다면, 그러면서 아무리 경이롭고 위대한 ("잘난") 지점에 그가 가더라도 (이건 울프의 여러 글들에서 일어나는 일), 그건 반드시 나의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 자기탐색이 타인에게 "베푸는" 일이 된다는 게 이런 의미기도 할 테고. 


필리스 로즈의 저 책은 

어떤 점에서 a class by itself. 독보적이다. 

나로선 저런 책은 저 책이 유일. 정말 그 어떤 이유로도, 시작은 하더라도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은 책이었다. 

40페이지쯤 읽는다면 용자. 보통은 최상의 인내력과 함께 20페이지. 



두부를 기름에 부친 다음 두부조림하면서 

그 위에 콩나물을 얹으면 콩나물과 두부를 같이 먹을 수 있다. 

고춧가루 넉넉히 뿌리고 청양고추도 잘게 잘라 넣으면, 맛있다고 느껴지면서 많이 먹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적당히 '많이' 먹어야 하는 날들이 있는데 (그래야 버틸 수 있는 날들) 오늘이 그런 날이었고 

점심엔 두부 + 콩나물을 맛나게 먹음. 내일 먹을 것들을 사러 잠시후 저녁 먹고 나가보려고 하다가, 술보다 잠이 

좋다던 어제의 일을 잊고 맥주를 또 사오고 싶다는 


유혹을 느낌. 


두려움과 떨림. ; (그냥 뜬금없이 써보는 제목. 이걸 고양이 버전으로 바꾼다면 

'귀여움과 우다다' '귀여움과 meowing' '귀여움과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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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2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 마들렌 모양이 제가 아는 마들렌 모양과 좀 다르네요 ^^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은 책이었다, 라고 하신 걸 보니 결국 다 읽으셨나봐요!
언젠가 몰리님께서 소개해주셨던 Lab Girl 이 번역본으로 나왔더군요. 읽어보려고요.

몰리 2017-02-25 04:06   좋아요 0 | URL
아뇻 ; 저 책 정말 신기한 책이라
처음 대출해서 한 12쪽 정도에서 읽을 수 없다! (한숨) 반납.
그 정도로 읽을 수 없는 책이었나 확인하려고 다시 대출해서 22쪽 정도에서, 최초 대출 당시보다 더 읽을 수 없는 책이 되어있구나... (한숨) 반납.

정말 그 정도인가 다시 대출해보고 싶어지기도 해요.
˝자기 찬미˝의 미로(심연)에서 영원히 길 잃은 책........ 그런 책이라 지금 생각하게 됩니다.
 



유투브에서 동영상들 볼 때 

나올 때마다 끝까지 보는 유일한 광고. 

그런데 고양이 사료 광고는 이것만 그런 게 아니라 

재미있고 자꾸 보게 되는 광고들이 많았다. 


"털실 이론" 웃기지 않나. ㅋㅋㅋㅋㅋㅋㅋ 





키튼 칼리지 문학 수업에서 쓰는 책들. 


<생쥐와 생쥐 Of Mice and Mice> 

<호밀밭의 고양이 The Cat in the Rye> 

<페르시안 왕자 The Prince of Persian> 

<캣-22 Cat - 22> 

<캣트카의 변신 Katka, Metamorphosis> 

<위대한 캣츠비 The Great Catsby> 


결국 알아보이지 않는 한 권의 책이 있는데 

The Three Mouseketeers인 듯. <삼총사>의 The Three Musketeers에서 "Mus"를 "Mouse"로 변형한. 

(실제로 Mus-, Mouse-, 두 가지 표기가 같이 쓰이나 보았다. 그렇든 아니든, 잘 알아보이지 않으니 이건 

좀 실패한 말장난. 다른 책으론 어떤 것 만들 수 있을까. 


캣-아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Thus Spoke Cat-athustra. 


고양이적인, 너무나 고양이적인. 

Feline, All Too Feline. 


(고양이) 존재와 무. 

Being (a Cat) and Nothingness. 


...................... (그만 합니다 ;) 



*오늘치 쓰기 끝냈다. 

줄이기가 너무 힘들겠고 엄두 나지 않아서 

차라리 새 페이퍼 착수. 첫 문단 씀. 줄이기는 못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던 '초록'을 조금 더 마음에 들게 고치기도 했다. 

초록에서 마지막 문장 딱 한 구절만 쓰면 될 지점에서 오래 힘들어하다가 

어느 순간 해결책이 나옴. 글쓰기의 신기하고 고마운 점 중 하나 이것 아닌지. 

언제나, 100% 그렇다고는 못해도 거의 그 정도로, 매달려 있다 보면 답이 나온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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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크리스핀이 출연해 

페미니즘은 더 급진적이어야 한다고 요청하던 npr 방송에서 

전화한 남자 청취자가 한 사람 있었다. 페미니즘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가 그의 질문. 


크리스핀이 (껄껄껄) 웃더니 

(그게 물어야 알 일입니까? 를 묻는 듯하던 웃음. 그러는 그녀가 싫어서라도 페미니즘 안한다는 

남자들을 만들 법도 한 웃음....) "당신의 삶에서 의미있는 여성에게 재정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지자가 되세요. 

그리고, treat her with integrity." 


나는 integrity 이 말에 해당할 한국어 어휘 마땅치 않고 

비슷한 뜻을 갖는 어휘들이 (인격, 양심... 등) 영어에서 저 말 쓰이듯이 쓰이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도 이곳의 만연하고 뿌리 깊은 부패, 부패 문화... 의 표지같은 거라 생각한다. 정말 저 네 단어 한 문장도 한국어로 꼭 맞게 말할 수 없지 않나.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Reality Hunger로 유명한 데이빗 실즈가 

other people 팟캐스트에 출연. 실즈도 (작가들이 다 그런 경향이 있지만 조금 더) 

단어 선택이 남다르고 말투도 개성적이었다. 저 책은 아주 유명한 편이라 제목을 들어봤지만 

이 책 말고도 쓴 책이 아주 많아서 다산하는 작가에 속한다고. 그런데 그 중 여럿이, 출발도 자기 자신 

귀결도 자기 자신.. ㅋㅋㅋㅋ 이거나 하여튼 굉장히 자의식적이라는데 그 지점을 겨냥하는 비판도 꾸준히 

듣고 있다고 한다. 자기탐닉적이다, 자기과시적이다, 배꼽보기다(navel-gazing) 등등. 


진행자인 브래드 리스티가 

자신은 그런 주장(강렬한 자기탐구는, 자기탐닉적이다)에 한 번도 설득된 적 없었다면서 

작가든 누구든 지속적이고 정직한 자기탐구를 한다면 그건 "an act of real generosity"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점 완전히 공감. 

자기탐구를 하는데 자기탐닉적인 사례가 아예 없는 게 아니긴 하지만  

리스티 말처럼 몇 단서를 단다면, 혹은 달지 않아도, 자기탐구는 사실 타인에게 베푸는(주는) 것이 굉장히 많은 

행동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혹 자기탐닉이 되더라도 베푸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A)의 입장을 갖는 사람들이 (B)의 입장을 갖는 사람들보다 

그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 보았고 더 경험이 있으며 더 정직한 사람, 따라서 (A)가 더 좋은 입장일 가능성이 크다. : 이런 정리들을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해볼 수 있지 않난 생각을 했던 적 있다. 


만일 깊이 자의식적인 (혹은, 자기반영적인) 문학을 대상으로 한다면 

(A) 그것은 진정한 베품의 행위다, (B) 그것은 자기탐닉적이며 자기찬미적이다. : (A)쪽이 우월한 

주장일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것임. 


한국어에서 번역투의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면 

(A) 더 많은 번역투를 실험하라 (B) 고유의 한국어를 유지하라. : 이것도 (A)쪽이 우월한 주장일 경우가 

아마 거의 다일 것임. 


문제들마다 이렇게 정리해보고 싶어지기도 하지 않나. 

다 먹고 살만하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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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적힌 단어들이 말하는 적극적 부패도 있겠지만 

원칙과 기준 없음... 의 소극적 부패도 있을 것이다. 둘의 관계는 무엇일까. 

둘이 반드시 공존하지 않나. 뫼비우스의 띠같은 관계인가. 적극적 부패의 기원이자 이면이 소극적 부패. 

소극적 부패의 기원이자 이면이 적극적 부패. 그런 것인가. 


부패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찍 일어나서 

무엇보다 먼저 이 주제로 생각함. 으아 인생. ; 


어쨌든 오늘 오전 나의 결심은 이것이다. 

올해엔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피하겠다. 

'회피' 이 소극적 전략. 이것으로도, 더 이상 그것이 현실로 

느껴지지 않고 현실의 기억처럼 ㅋㅋㅋㅋㅋ 느껴지게 할 수 있을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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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2-24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극적 부패라...처음 들어보는 개념이지만 웬지 신선해서 저도 이른 아침 첫 생각의 토픽이 되었습니다~

몰리 2017-02-24 07:33   좋아요 0 | URL
영어로는 corrupting 이라고 쓸 수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부패에 대한 경각심...; 일깨울 수 있을 거 같아요.
부패는 부패시킨다. corruption corrupts. corrupting. 아 이거 진리야 진리. ㅜㅜ 이러면서 산책하고 온 아침입니다.
 



이것 말고도 여러 버전이 유투브에서 찾아진다. 

70년대 초 출생이고 이거 tv로 보면서 자랐다면 

그냥 막 끌리면서 다 눌러볼 법한 버전들.  


울프 여사 위대함에 대해 아래 포스트에 쓴 얘기들은 

사실 ... 그렇다고 믿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정말 그렇기는 한데 

우리가 (내가) 알고 만 인생의 수많은 어려움 앞에서 이것이 해준 일이... 아주 많고 크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지만 그런데, 예술의 그 근본적 가벼움이란.. 어쨌든 그러니 때론 무력합니다 : 이런 식으로 

분열된 면모를 유지하면서 써보고 싶긴 하다. 


으흐흐흐; 흑. 낼은 (낼부터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며 

술보다는 잠이다.......... 며 자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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