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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살라 대학 철학과에서 "풀펀딩" 박사과정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얼마 전 왔었다.
오 가고 싶다.
아니 진짜 농담이 아니라 여기 연락처 나온 교수에게 이메일 한 번 보내볼까.
제가 나이가 매우 많습니다만 (늦기 전에, 죽기 전에) 철학과에서 철학 공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떻게든 비장하게, 거절하기 어렵게, 말해볼까. (그쪽에서 거절이야 물론 숨쉬듯 쉽겠지만 그래도 순간, 응? 하게 절절한 편지를 쓰자). 이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양성" 추구한다면, 심지어 고령도 잇점 아니야? 단 한 사람의 늙은 학생. 필요하지 않습니까?
.... 저런 미친 생각 연달아 하게 됐었다.
웁살라는 Ingmar Bergman 영화들 보면서 생긴 (푸코를 읽으면서 조금 더 강화된) 로망이 있는 도시라서.
이름도 멋진 도시. 웁살라. 이메일을 보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정말 놀랐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많습니다만 철학을 사랑하는데요, 이런저런 작업을 요만큼이지만 해보았고 이런저런 작업을 죽기 전에 해보려는 중입니.... 이라 말했다면, '그래그래, 우리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서류를 보내주세요' 랬을 수도. 야 지금 대학원 박사 과정이 아니라 퇴직할 나이 아니냐. 물론 70대에 평생을 원하던 공부를 하러 박사 과정 가셨던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 (그만, 그만 생각하자).
고생하면서 읽었던 아도르노 요즘 다시 읽으면서, 그에 대해 어떤 글들 쓸 수 있나, 쓰고 싶은가... 같은 생각 하게 되는데, Ingmar Bergman 영화들 다시 보면 비슷하게, 그것들 처음 보던 때와는 그래도 조금 다르게,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